오코너 문학의 무대인 중부 조지아(Central/Middle Georgia)의 언어를 단순하게 구어체 사투리로 간주해서는 안된다. 언어적 특색은 몸이라는 끌개(Attractor)에 영향을 받고, 몸이라는 끌개는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몸이라는 끌개에 영향을 주는 환경 요인이야 여럿이겠지만 이 글의 관심사는 대기, 지형, 생산양식, 역사 등이다. 중부 조지아만이 가진 물리적 매체(media)에 의해 도드라진 언어적 특색을 소설 속 대사를 통해 살펴 보고자 한다. 오코너의 소설이 가진 장점의 하나는 각 인물이 지닌 언어적 특성을 ('그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와 같은) 설명이 아닌 문자 표기 자체를 변형하여 소리의 파형을 텍스트의 피부 위에 직접 각인하는 '시각적 방언(Eye Dialect)' 기법을 철저하게 구사했다는 데 있다. 그렇기에 낭독만으로 이 차이를 분별할 수 있다.
첫번째로 살필 것은 대기적 매체(Atmospheric Medium)다. 관심은 고습도 대기가 소통을 위한 공기 공명에 미치는 영향이다. 습도는 조지아의 붉은 흙 색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조지아 주는 멕시코만과 대서양의 습기를 잔뜩 머금은 덕에 높은 이슬점(Dew point)을 지니고 이는 고주파 자음 마찰음을 쉽게 뭉개고 감쇄시킨다. 시쳇말로 쉽게 말하면 '고음(으로 소통)불가'인데 습기라는 물분자에 막혀 고주파 소통의 한계를 지닌다. 이런 매체적 환경은 성대와 혀의 빠른 마찰을 포기하고, 낮고 넓게 울리는 모음의 길어짐(Drawl)과 코 안을 울리는 비강 공명(Nasal Resonance)으로 몸을 기울게 만든다. 습한 공기 속에 고주파 소통이 불가한 환경에서는 고주파인 자음의 약화, 모음 길어짐 현상, 음높이(Pitch) 변화가 큰 이중모음의 단순화 현상이 발생한다.
두번째로 살필 매체는 지형이라는 매체다. 중부 조지아의 평야는 계절의 느린 순환에 맞춰진 농경적 시공간을 지닌다. 북부 도시의 자본/공장 소음이나 애팔래치아의 험준한 산악 격리와 달리, 탁 트인 중부 조지아 평야는 습기와 더불어 음높이의 변화폭을 최소화하고 느릿하게 모음의 음역을 길게 끄는 발성 아비투스를 고착시킨다. 초당 음절 발화 수가 극도로 높은 북부 도시(뉴욕, 보스턴 등)의 발성이 시계 시간(Clock time)과 공장 기계 소음이라는 물리적 환경을 뚫기 위해 단단하고 빠른 파열음을 발전시켰다면, 조지아의 농경적 시간은 앞선 매체들의 영향과 더불어 급박하게 말을 뱉어낼 필요가 없는 신체적 조건을 유도한다.
세번째로 살필 매체는 인종적 언어 습합이다. 수세기 동안 백인 지주 부인들과 흑인 노동자들은 농장이라는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서 매일 대화하며 입술과 성대의 울림을 습합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계 미국인 영어의 유연한 어조, 자음 약화, 모음 단모음화가 백인 지주층의 언어 신체에도 깊숙이 스며들어 웅얼거리는 듯한 특유의 유연성을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살필 것은 계급이라는 역사적 매체다. 조지아주를 비롯한 미국 남부 해안가 지역은 영국인들이 처음 정착한 지역이기에 이들의 언어적 특색을 이식받는다. 18세기 영국 남부 상류층의 언어 습속이 이식되어 '무-R성(Non-rhoticity)'이 보존된 지역의 하나다. 영국 남부 젠트리(Gentry) 및 상류층 언어의 영향을 받아 18~19세기 영국 상류층 사이에서 신분적 우월함의 기호로 소비되던 '음절 끝 [r] 소리를 내지 않는 발성'이 조지아 농장 지주 계급의 아비투스로 고착된다. 이는 북부(미시간, 오하이오 등)가 [r] 소리를 강하게 혀를 굴려 내는 '유-R성(Rhoticity)'을 띤 것과 명확히 대조되며, 조지아 언어에 특유의 '귀족적이고 안일하며 매끈한 결'을 부여한 역사적 매체의 하나다.
이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는 인물 대비 구도의 하나는 <A good Man is Hard to Find>에서 할머니와 부적응자의 대화다. 조지아주에서 지주 계급으로 성장한 할머니와 미국 전역을 돌아나니며 산전수전을 겪은 부적응자의 언어적 특색은 텍스트만으로도 확연히 구분된다. 여기서 간단히, 텍스트에 드러난 조음(articulation)의 물리적 표기 차이를 살펴본다. 오코너는 인물들이 조음 기관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철자 변형을 통해 텍스트에 물리적으로 새겨 놓았다. 할머니의 텍스트는 관념적 완곡함을 나타내기 위해 조지아주 언어 특색인 늘어지는 이중모음을 표기한다. 할머니의 대사는 전형적인 남부 백인 중상류층의 매끈하고 완곡한 어조를 반영한다. 텍스트상에서 문법적 문장이 완결되어 있거나, 종교적/도덕적 수사가 문장 전체를 길고 부드럽게 감싼다.
"You're not a bit common!"
"I know you come from nice people!"
"Jesus, Jesus," she murmured, "Jesus, Jesus..."
예로 든 문장처럼 단어의 파열이나 깎여나감이 적고, 모음 중심의 매끈한 단어들이 배열되어 텍스트를 낭독하는 독자의 시선이 연착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에 반해 부적응자(The Misfit)의 텍스트는 축약으로 절단된 자음, 단단한 파열음의 철자를 각인시키기 위한 문장을 구사한다. 부적응자의 대사는 철자가 무자비하게 줄어들고, 혀 끝을 단단하게 튕겨내는 축약형 표기가 텍스트에 빼곡하게 박혀있다. 혀 끝을 입천장 안쪽(치경)에 딱딱하게 밀착시켰다 튕겨내는 [t], [d]와 같은 치경 파열음, 그리고 소리를 서늘하게 베어내는 절단음을 통해 자음의 경계를 극도로 단단하고 명확하게 살렸다.
"Nome, I ain't a good man"
"but I ain't the worst in the world neither."
"Oncet"
앞서 설명한 언어적 특색 중에 텍스트로 드러나지 않는 모음 길어짐과 이중모음 단순화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Good Country People> 속 대화에서 살펴본다.
"I know i never would have been here if it hadn't been far that."
(조지아 구어 발성 파형은 "Ah know Ah never woulda been here...")
예를 든 것처럼 I [ai]의 후반부 글라이드가 삭제되어 "아~(Ah)"라는 낮고 긴 모음 공명으로 바뀐다. 찌는 듯한 습도 속에서 혀를 높이지 않고 후두의 울림으로 소리를 길게 늘어뜨리는 생체음향학적 결과다. 이는 몸이 '비용의 최소화'를 위해 환경에 맞춰 변화한 까닭이다. 고주파 마찰음 소쇄와 코성음이 부른 자음 약화나 비강 공명도 마찬가지다. 공기 중 수증기로 인해 마찰음이 뭉개질 수밖에 없어 소통의 효율화를 위해 혀 끝을 세게 부딪히는 조음 노력을 버리고 비강의 공명으로 부드럽게 대체하는 신체적 습속이 언어적 특색으로 드러난 결과다. 조음의 물리적 비용과 농경적(순환적) 시간관은 완료형이나 수동태 역시 생략하고 단조로운 구어체를 구사하게 만든다. 물론, 오코너가 지닌 관념적 껍데기의 포기와 실재의 직면이라는 존재론적 매체의 특이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은 분명하다.
오코너의 소설을 '문학적으로' 읽기 위해 원문을 낭독해야 하는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자는 오디오북을 듣지 않고 원문의 텍스트만 낭독하더라도 할머니의 대사에서 전형적인 남부 백인 중상류층의 매끈하고 완곡한 어조를 '감각'할 수 있고, The misfit의 소리 파형이 지닌 서늘하고 낮게 깔리는 음높이의 기저선을 신체적으로 '감각'할 수 있다. 오코너가 문학을 쓸 때 '의미'만을 전달하는 '관념적 의복(Garment)'으로서 언어를 쓴 것이 아니라, 조지아의 차가운 실재와 신체적 습속이 단단하게 굳어진 '소리의 물리적 입자'로서 철자를 찍어 넣었기 때문이다. 오코너의 단편 소설에 드러난 텍스트는 '신체적 음향학'이다. 오코너 문학의 핵심은 관념적 의미가 아닌 '소리와 조음 기관의 물리적 마찰' 속에 새겨져 있다. 관념적 껍데기를 부수고 '人紋(manners)'으로써 '未知(mystery)'를 조우한다는 그녀의 문학론은 소설의 플롯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소설을 읽는 과정 속에 마주하는 이미지(감각질) 속에서'도' '신체적 마찰'을 유도함으로써 이뤄진다. 그렇기에 그녀의 소설을 '의미론적으로'가 아니라, '문학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원문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