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가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가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행지(行知)' (k 선생님)


'의식은 둑 터진 물길의 도수(導水)이고, 에고는 엄마 찾아 삼만리다.' (독하)


* 이 글은 행지의 메커니즘을 뇌과학을 선용해 살펴본 것이다. 


외부의 물리적 파동이 감각 수용기를 거쳐 막전위의 변화로 번역된 원시 감각1)은 고차원적 번역을 거치지 않은 채 피질 하부의 척수-시상 회로나 기저핵의 피질하 경로를 타고 즉각 분사되어, 단 0.05초 만에 비수의성(非隨意性) 운동을 촉발시킨다. 이는 자극을 만났을 때, 대뇌피질의 전역적인 처리 이전에 척수 반사나 기저핵의 절차적 반사가 활성화되어 몸이 먼저 기저 운동을 수행하는 '자극-반응' 현상과 같다. 이 원시 감각에 의해 운동이 시작되는 그 찰나의 시간 동안, 대뇌피질과 시상-피질 회로는 번역된 전기 신호들을 묶어 감각질을 '사후적'으로 표상해 낸다. 감각질은 수동적 수용으로만 표상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행 중인 운동 출력을 감각 피질로 통합하며 운동의 시공간적 맥락을 '뒤늦게' 구성한다. 의식은 몸이 나아갈 시공간 좌표계이자 진행 중인 운동의 궤적을 실시간으로 조향(操向)하는 재귀적 피드백 장치로 작동한다.


'뒤늦게' 그려낸 표상이 사회라는 이중 구속의 환경에서 조건화 및 학습으로 구축된 전두엽 속 억제 패턴과 겹칠 때, 두 전위2) 파동 사이의 위상 불일치로 신경망의 충돌에 따른 마찰이 발생한다. 실행되려는 운동 출력과 전두엽의 신호가 충돌하는 순간, 이 마찰 상태가 기저핵 시상하핵(STN)과 시상 회로를 자극하면 대뇌피질은 즉시 GABA성 억제 신호를 분사하여 피질-기저핵-시상 회로의 운동 출력을 찰나에 얼려버리는 '운동 억제(Veto)'를 발동한다. 이 제동은 자극과 운동 실행 사이에 최소 0.2초의 신호 지연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시스템의 폭주를 막고, 솟구치던 운동 전위 폭발을 정지시킨다.


이때 신경망의 축중도(縮重度, degree of degeneracy)가 낮아 즉각 대체할 신경 회로가 부재한 경우, 가로막힌 전위가 우회로로 이행되지 못하고 브로카 영역 및 측두-두정 연합 피질의 내부 언어 회로를 활성화한다. 언표 행위는 우회로를 찾지 못한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호출되는 셈이다. 사지의 행동이 차단된 채 브로카 영역의 활성화로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내부 독백을 반복하며 아무런 일 없이 '열역학적 공회전' 속에 에너지를 낭비한다. 반면 '행위의 반복'을 통해 신경망의 축중도가 높은 경우, 전위가 내부 언어 회로로 유입되지 않는다. '운동 억제'가 걸린 찰나의 신호 지연 속에서 신경 전위는 '최소 작용의 원리'에 따라 시냅스 가중치 지형이 열어놓은 전위 장벽이 가장 낮은 대안적 시냅스 경로로 즉시 수렴한다. 억제된 운동 출력 대신 유연하게 다른 행위로 이행하는 것은 '자유 의지가 아니라 몸이라는 끌개'에 의해 에너지 준위가 낮은 곳으로 흘러 들어가는 열역학적 수렴 현상이다.


그러나 단 한 번의 GABA성 억제와 신호 수렴은 일시적인 가역적 변화에 불과하며, 피질 하부와 기저핵에 부지기수의 반복으로 강화되어 있는 절차적 기억은 단 한 번의 억제로 소멸되지 않는다. 행동 패턴의 재구성은 일시적 억제를 넘어, 운동 억제가 확보해 준 찰나의 지연 공간 속에 새로운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자극되지 않는 기존 회로는 시냅스 수용체가 감소하여 저항이 높아지는 '장기 약화(LTD)'를 겪고, 지속적으로 활성화된 대안 경로는 시냅스 가소성이 증대되어 저항이 낮아지는 '장기 강화(LTP)'를 이뤄, 마침내 두 회로 사이의 활성화 문턱값과 저항값이 완전히 역전된다.


행위의 반복이 누적되는 과정은 신체 운동 출력과 이를 통합하여 조율하는 사후적 표상이 재귀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감각-운동의 원환적 되먹임'을 형성한다. 이 되먹임 속에서 높은 축중도를 기반으로 시냅스 저항의 역전이 완수될 때, 대뇌피질이 전두엽 중심의 GABA성 억제 브레이크를 강제로 작동시킬 필요조차 사라진다. 자극이 입력되는 즉시 신체는 아무런 내부 회로의 마찰이나 저항 없이 활성화 문턱값이 가장 낮은 새로운 시냅스 경로를 따라 매끄럽게 출력되며, 끝내 저항 제로의 무위 상태와 결맞음(Coherence)을 스스로 완성해 낸다. 몸의 변화이자 실력의 창발이다. 의식과 에고는 운동의 주체가 아니다. 의식은 둑 터진 물길의 도수(導水)3)이고, 에고는 엄마 찾아 삼만리4)다. 행위는 '자신도 모르게' 시작되고, 행위를 바꾸는 변화는 '다르게' 반복하여 행하는 길 뿐이다.


----


1) 감각질과 대비되는 감각으로 표상되기 전의 원시 감각을 말한다. 감각이 내부로 유입되는 경로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대뇌피질로 올라가 표상되는 감각 회로가 있고, 다른 회로는 시상을 거쳐 편도체와 기저핵으로 직입하는 직통 회로가 있다. 원시 감각은 후자의 경로로 직입해 비수의성 운동을 이끈다. 여기서 운동은 운동 감각의 활성화 단계로서, 운동이 '아직은' 출력되지는 않은 상태인데 출력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감각질이 표상되어 운동의 억제에 개입하는 셈이다.

 
2) 하나는 고주파로서 원시 감각과 이로 인한 비수의성 운동에 의해 활성화된 신경 패턴으로 심리학이나 생물학에서 '절차 기억'이라 불리는 생존과 습속의 전위 파동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저주파로서 전전두엽 시냅스망에 새겨진 억제 및 차단 즉, 금기와 규율을 담은 전위 파동을 말한다. 두 파동이 겹치며 공명하지 못하고 어긋날 때 '운동 억제'가 가동된다. 표상되지 않는 원시 의식(무의식)과 원시 의식의 길잡이가 되는 고차 의식(표상된 의식) 간의 마찰이다.


3) 진화사적으로 살피면, 단세포의 '자극-반응' 단계에서, 포식을 위한 거시적 행위로 나아가기 위해 '감각-운동'으로 진화했고, 사회가 출현하며 이중 구속에 놓이자 '감각-운동'을 제어하기 위한 '운동 억제(Veto)'가 출현한다. '운동 억제'의 출현은 저항이 가장 낮은 길로만 다니던 본능(일차원성)에서 벗어나 우회의 길을 틀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젖히게 된다.


4) 운동의 메커니즘에서 에고는 자극에 맞는 운동을 찾지 못할 때 호출된다. 길 잃은 아이와 같다. 언어의 쓸모는 '다르게' 행하는 길의 불쏘시개 역할로 한정된다. 삼만리 길인 이론의 길이 제대로 된 공부길이라면 '돌고 돌아' 일상의 행위로 내려앉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