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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6 19:20

Dear 숙인,

조회 수 394 추천 수 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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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서 소리 지르고 싶었는데, 맘껏 소리 지르고 난 기분이야!”

학교 상담실에 다녀온 둘째 서현이(10)의 얼굴이 오랜만에 밝다.

이가 자꾸 자랑을 한단다. 해외여행을 몇 번 다녀왔고 생일파티를 어디어디 간다고 말이다. 자신의 받아쓰기 점수를 보는 것도 싫고 셋이 있는데 둘이서 귓속말하는 것도 "스트레스" 받는다고 토로한 지가 며칠. 나름 맞자랑이라는 처방을 내려줬건만 그건 엄마의 방법이라며 선을 긋는다. 그러더니 본론. 학교 상담실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는 것이다. 엄마로는 안되겠니? 호명받지 못한 것에 못내 서운한 증상을 꼴깍 삼키며 상담 선생님과 얘기하면 뭐가 좋아?”라고 물었다. 딸 왈, 상담 선생님은 그 친구를 불러서 문제를 해결해주신단다. 실제 상황에 대한 개입력이 있다는 것.

실제로 학교 상담선생님은 둘째 아이와 만나고 한주 뒤에 상대 친구와도 상담을 하셨다. 이후 예이는 서현이에게 와서 너랑 친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하면 돼?”라고 물었다고 하고, 두 가지를 알려줬다는데... 자랑하지 말고 귓속말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상담도 했겠다, 친구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도 했겠다, 갈등이 해소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볼멘소리가 들리는데... 여전히 딸아이는 그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단다. 샤워하고 나서 봤더니 자기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다고, 아무래도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단다. 아무튼 둘은 3학년 2반 반장-부반장이어서 안 볼 수도 없는 사이. 자라며 겪는 일이긴 하지만, 뾰로통 예민해져 있는 아이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 ‘맞자랑이라는 처방이 1차 퇴짜를 맞았으니 신중해져야 한다. 이참에 숙인께 도움을 구해보면 어떨까?

  


그림2.png   



Dear 숙인

 

안녕하세요, 아산에 살고 있는 세 딸의 엄마, 딸이 많아서 고민도 많은 엄마 인사 올립니다.  

(아직 익명으로 글을 쓸 수가 없어 유감이어요) 

친구의 자랑에 예민하고, 상담과 대화로도 해소가 안 된 친구 문제로 가히 (자기가 보기에)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 받는다는 딸아이에게 저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사실 제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을지도 몰라요) 도와주세요! 숙인! 

 

맞자랑처방을 내놓았다가 

퇴짜 맞은 엄마 올림



추신. 댓글 환영(몹시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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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우젠 2019.08.08 00:57
    퇴짜 맞은 엄마에게
    물이 물병에 꽉 차 있으면 흔들어도 찰랑거리는 소리가 안 나지요. 그러나 반쯤 차 있는 물병은 찰랑 찰랑 흔들리고 소리가 납니다. 아이에게 말해주세요. 사실 친구는 서현이가 가진 무엇이 부러워 미칠 지경인지도 모른다구요. 아구구, 그 친구 아마 밤에 잠을 못자서 수업 시간에 조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귓속말은... 일부러 서현이를 배제시키고 싶은 심리가 작동이 된 것 같군요. 배제시키고 싶다는 것은 서현이를 그만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어요. 아직 인정하는 법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러니 친구가 귓속말을 할 때 “흠... 내 칭찬을 하고 있는 중이군” 하며 그 칭찬의 말들을 상상해보라고 해보세요. 그리고 룰루랄라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으면 스트레스는 다 날아갈거에요. 머리카락은 빵빠레 샤베트맛을 먹으면 금세 난다고 전해주시길(엄마도 하나 추천)...
  • ?
    형선 2019.08.08 21:11

    이렇듯 미소가 번지는 댓글이라니, 토우젠, 고마워요. 샤베트맛 빵빠레 하나 아니 둘 사드려도 될까요, 

    머리카락도 나게 한다는 그 아이스크림요, ^__^

  • ?
    찔레신 2019.08.08 10:54
    Dear turned-down mother.
    Tell your daughter who Anne Frank was and what she went through and how she died at the Nazi Concentration Camp. And tell her also what she wrote down in her diary on Nov. 20, 1942 when she was only 13, a couple of years older than your daughter, which goes in German as follows: "Sie wird wohl auch wieder vorbeigehen, diese Niedergeschlagenheit."
    (This downheartedness will also go away.)
  • ?
    형선 2019.08.08 21:17

    I told my daughter about Anne. My daughter is very interested in her. It's amazing that Anne and my daughter are of similar age. I hope my daughter and I can learn from Anne. Thank you for th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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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고운 2019.08.08 21:18
    아이들을 키우며 엄마도 더불어 성장하고 성숙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친구의 이런 저런 자랑을 듣고 있어야 했던 아이의 심정이 어땠는지 먼저 이야기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그 친구가 자랑할때 넌 어떤 느낌이었고 어떤 생각들이 들었는지...상황에 대한 엄마의 어떠한 해석과 평가없이 아이가 자신의 마음상태를 스스로 말할 때 "그럤구나~," 하면서 아이의 입장에서 함께 충분히 공감해 준다면 서운하게 했던 친구들에 대한 마음은 슬그머니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럼 다음 시간을 두고(아이가 정서적으로 편안한 상태일때)그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엄마로부터 공감을 받은 아이는 환경과 상황 또는 친구들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의 답도 해결도 아이가 찾아 갈 수 있도록 곁에서 지지해주면서 함께 버텨준다면....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건강한 방법을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보냅니다.
    또한 어머니~~스트레스에서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스트레스는 받는 것보다 대처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처 능력이 좋다면 회복탄력성도 좋아질테니~어머니의 스트레스 대처 방법에 대해 조금 더 탐색해보면 어떨까요?
    아이와 엄마의 머리카락을 지키고 싶은 또 다른 엄마가......
  • ?
    형선 2019.08.08 21:32

    당신은 엄마 선배이시며 또한 전문가이시군요! 두어 달 전, 속속에서 악셀 호네트의 '물화-인정' 이론을 배우며 '인식'도 '인정'에 기댄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덕분에 다시 상기하게 됩니다. 충분히 공감해준다는 건 어떤 걸까, 스스로 묻게 되어요. 어쩌면, 엄마인 제 몫은 (섣부른 처방보다) 충분한 공감 혹은 '인정' 일 수 있겠어요. 살뜰히 응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글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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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물시 2019.08.08 22:01
    Dear. 퇴짜맞은 엄마
    사람관계는 나이 불문하고 큰 고민이고 어렵군요. 친구의 태도는 바꾸기 힘들다면 딸이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지 생각해보았어요. 딸과 친구는 서로 인정투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의 귓속말은 딸의 남모르는 실력(?)을 부러워하는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딸은 우쭐해도 좋지요. 엄마는 딸에게 친구가 모르는 자신만의 실력을 자각하도록 살짝 바람 넣어주세요.
    서현 화이팅!
  • ?
    형선 2019.08.08 23:45

    어디선가, '상대의 태도를 바꾸기 힘들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라고 묻고 있을 것만 같은 영도를, 엄마가 먼저 흉내내어 봅니다. 자신에게 있는 것을 자각하도록, 바람 부는 곳으로 아이를 데려가 볼게요. 고마워요, (김어준 보다) 영도!

  • ?
    遲麟 2019.08.09 10:04
    퇴짜 맞은 엄마에게

    "사실 어린 아이는, 신과도 같은 그 자발성에 있어서, 그 기쁨의 순진한 깊음에 있어서, 이 사상을 점유하고 있었다. "
    에르네스트 르낭, <예수의 생애>, 188

    귓속말은 2의 대화입니다.
    3이 계시면 귓속말을 해서는 예의에 어긋나지요.
    3은 소외당하고 슬픔에 빠지겠지요,

    자랑과 맞자랑도 2의 대화입니다.
    3이 계시면 감히 서로 자랑하지 못하지요.

    3은 이렇게 말씀하실 법도 합니다.

    "자랑하지 마, 그리고 귓속말하지 마."
  • ?
    형선 2019.08.13 21:36
    선배님, 3에 무지한 엄마는 퇴짜 맞아 마땅하였습니다. 

    "틀을 깨는 본의 예시에서 공부의 한 축이 완결되듯, 나-너(1-2)의 연쇄고리를 깨는 그(3)의 도래를 통해 공부는 나(1)의 가능성을 완결시키는 것입니다." (선생님 세종 강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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