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서 소리 지르고 싶었는데, 맘껏 소리 지르고 난 기분이야!”
학교 상담실에 다녀온 둘째 서현이(10살)의 얼굴이 오랜만에 밝다.
예○이가 자꾸 자랑을 한단다. 해외여행을 몇 번 다녀왔고 생일파티를 어디어디 간다고 말이다. 자신의 받아쓰기 점수를 보는 것도 싫고 셋이 있는데 둘이서 귓속말하는 것도 "스트레스" 받는다고 토로한 지가 며칠. 나름 ‘맞자랑’이라는 처방을 내려줬건만 그건 엄마의 방법이라며 선을 긋는다. 그러더니 본론. 학교 상담실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는 것이다. 엄마로는 안되겠니? 호명받지 못한 것에 못내 서운한 증상을 꼴깍 삼키며 “상담 선생님과 얘기하면 뭐가 좋아?”라고 물었다. 딸 왈, 상담 선생님은 그 친구를 불러서 문제를 해결해주신단다. 실제 상황에 대한 개입력이 있다는 것.
실제로 학교 상담선생님은 둘째 아이와 만나고 한주 뒤에 상대 친구와도 상담을 하셨다. 이후 예○이는 서현이에게 와서 “너랑 친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하면 돼?”라고 물었다고 하고, 두 가지를 알려줬다는데... 자랑하지 말고 귓속말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상담도 했겠다, 친구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도 했겠다, 갈등이 해소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볼멘소리가 들리는데... 여전히 딸아이는 그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단다. 샤워하고 나서 봤더니 자기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다고, 아무래도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단다. 아무튼 둘은 3학년 2반 반장-부반장이어서 안 볼 수도 없는 사이. 자라며 겪는 일이긴 하지만, 뾰로통 예민해져 있는 아이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아... ‘맞자랑’이라는 처방이 1차 퇴짜를 맞았으니 신중해져야 한다. 이참에 숙인께 도움을 구해보면 어떨까?
Dear 숙인
안녕하세요, 아산에 살고 있는 세 딸의 엄마, 딸이 많아서 고민도 많은 엄마 인사 올립니다.
(아직 익명으로 글을 쓸 수가 없어 유감이어요)
친구의 ‘자랑’에 예민하고, 상담과 대화로도 해소가 안 된 친구 문제로 가히 (자기가 보기에)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 받는다는 딸아이에게 저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사실 제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을지도 몰라요) 도와주세요! 숙인!
‘맞자랑’ 처방을 내놓았다가
퇴짜 맞은 엄마 올림
추신. 댓글 환영(몹시 환영)
물이 물병에 꽉 차 있으면 흔들어도 찰랑거리는 소리가 안 나지요. 그러나 반쯤 차 있는 물병은 찰랑 찰랑 흔들리고 소리가 납니다. 아이에게 말해주세요. 사실 친구는 서현이가 가진 무엇이 부러워 미칠 지경인지도 모른다구요. 아구구, 그 친구 아마 밤에 잠을 못자서 수업 시간에 조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귓속말은... 일부러 서현이를 배제시키고 싶은 심리가 작동이 된 것 같군요. 배제시키고 싶다는 것은 서현이를 그만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어요. 아직 인정하는 법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러니 친구가 귓속말을 할 때 “흠... 내 칭찬을 하고 있는 중이군” 하며 그 칭찬의 말들을 상상해보라고 해보세요. 그리고 룰루랄라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으면 스트레스는 다 날아갈거에요. 머리카락은 빵빠레 샤베트맛을 먹으면 금세 난다고 전해주시길(엄마도 하나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