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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하지 않고서는 글을 쓸 수 없다. 생각의 단상을 적어놓은 포스트잇이 책상과 침대 머리맡 여기저기에 어지러이 붙어있다. 잠결에도 애써 몸을 일으켜 적어둔 문장이지만, 지금 읽어보면 그 뜻을 알 수 없는 것들이 여럿이다. 컴퓨터 바탕화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미완의 한글파일은 어지러운 내 생활의 흔적이다.

  언죽번죽 기분에 따라 글을 쓰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쉽사리 넘어지고 갖은 심사에 변덕을 부리기 일쑤인 내 몸을 알기에 글을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일관된 행동이라 자위하며 이를 정당화했다. 시작하는 일은 쉬워도 지속하는 일은 어렵다. 오랜 반복으로 어렵사리 만든 습관도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은 한 순간이다. ‘불퇴전(不退轉)’에 이르지 못한 습관은 그 오랜 시간의 노고를 비웃듯 작은 흔들림에도 빠르게 허물어진다.

  글을 쓰는 지금도 두려운 마음이 인다. 나는 내일 또 넘어질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도 마음을 조금 바꿔보려 한다. 넘어졌기에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써야 한다.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면, 더디기만 했던 회복의 시간도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언젠가 되돌아가지 않을 으로, 쉽사리 넘어지지 않을 으로 나를 찾아올 그 손님을 기다리고 싶다. “꾸준한 생활양식 속에서 근기있게!” 내 몸에 거는, 실낱같은 마지막 주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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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명자 2019.11.05 21:06

    "공기가 없는 곳에 콧물이 불필요하듯이 증상이 없는 곳에 글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모든 필자가 열정적인 만큼 궁졸(窮拙)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디 이말에 오해 없을지니...... 무릇 필자는 세속의 죄인인 것이다. 죄인이므로 그는 필자가 되겠지만, 다른 한편 이 세속에 대한 글쓰기 자체는 그의 죄성(罪性)을 알리는 가장 분명한 신호이기도 하다."(<집중과 영혼>, 751쪽)

    저는 위의 문장에 얼은 손이 녹곤 했는데, 진진은 어떠실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始作은 인간만의 능력이자 성취인데, 너무 박절한 평 아니십니까, (당신의 始作을 환영, 환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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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우젠 2019.11.06 08:41
    “반성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하고 난 뒤 자꾸 뭔가 목에 걸린 기분이 들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어떤 이상한 죄성이 올라오곤 하던 시절을 다 보냈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괴물을 만들어 내는 과속의 시간 속에서, ‘하얀 의욕을 가진자’ 는 반성을 넘어 외롭게 스스로 그은 출발점에 서 있네요.  좋은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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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敬以(경이) 2019.11.06 20:57
    조금만 애써도 좋은글이 나오고, 조금만 애써도 좋은 몸이 되고, 조금만 애써도 좋은 이웃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 쉬운일도 아니고, 그리 어려운일도 아닌걸까?' 하고 혼잣말을 해봅니다.

    "꾸준한 생활양식 속에서 근기있게!" 에 동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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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실 2019.11.09 14:21
    깊고 고요한 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 보십시오.
    나는 써야만 하는가?
    -릴케-

    어느 책인가를 읽다가 만나게 된 저 글을, 자주 여닫는 싱크대 수납장문에 붙여놓았습니다.
    일년여를 바라봐도 도무지 소명(召命)같은 동기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글쓰기라는 몸의 말을(身詞) 하려(行)하면서
    行知하지 않고 知行하려 했던 저의 어리석음이 이제사 명료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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