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1.07.22 16:40

<107회 별강 >

조회 수 207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여성의 나이 듦에 대하여 

 

 우리는 늙는다는 것이 자신에게 시작되기 전에는 단지 다른 사람의 일로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마음으로 느끼는 나와 남들이 생각하는 나의 불일치, 나는 그대로인데 몸만 낯설게 변해가는 것은 혼란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로 인하여 우리는 자기동일성의 상실을 맛보게 된다. 특히 여성의 극적인 노화의 과정인 갱년기는 상업적인 웰에이징, 안티에이징에 대한 넘치는 정보들과 함께 수다와 소문으로 때론 추문처럼 회자되고 또한 병리화 되어서 의학적으로 취급된다. 이제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으며 전처럼 민첩하고 기민하고 똑똑하게 반응하기 힘들어진다는 자각은 주위의 모두가 이미 알고 있지만 자신에게만 연착한 노화를 어렵사리 받아들이게 한다. 장 아메리는늙어감에 대하여》에서 '늙음 혹은 늙어감이 몸과 영혼이 느끼는 시간의 무게'라고 표현하였고 그 무게를 '자신 안에 쌓인 인생의 기억'이라고 말했지만 또한 그것은 '불치의 병'이며 '세계를 잃어가는 아픔'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독립성과 자율성, 생산력의 상실은 우리로 하여금 늙음은 무능하고 쓸모없고 추하다는 연령차별주의적 관념을 내면화 시킨다. 나이 듦 또는 노화는 보편적인 사회적 낙인으로 여겨지고 그것은 젊음이 과잉한 사회를 만들어 우리는 젊어 보이기 위해 또는 젊다고 기만하며 자기를 소외시키고 타자화 하면서 인간의 자연스런 과정인 노화와 죽음의 과정을 거부하고 대면하지 않게 한다. 우리는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 늙으려 하지는 않는 것이다. 보부아르는 노년에서 노인의 지위가 자신이 정복하고 취득해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러므로 여성의 노화가 생물학적인 면에 앞서 이 시대 이 공간에서 어떻게 사회적 문화적으로 규정되는지 배우는 것은 편견을 넘어서 개념 있고 비판적으로 나이 들어가는 길이 될 것이다.

 

 여성으로서 나이 듦은 위험과 함께 기회를 동시에 의미한다. 그러나 여성들은 노화를 자신의 자명한 미래이면서도 외면하며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엇보다 여성들이 갖고 있는 늙었다'라는 말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 것이다. 그 거부감은 늙음에 함축되어 있는 의존이나 상실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늙은 여성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보는 데서 기인할 것이다. 현실에서 계층, 교육, 젠더, 신체와 심리적 건강에 따라 노화는 크게 다르고 노년의 삶은 인생의 어느 시기보다 다면적임에도 불구하고 노인 여성을 동질적 단일 집단으로 보는 완고한 고정관념은 개인별 정체성을 쉽게 밖으로 밀어낸다. 그것은 타인과 자신을 그리고 이전의 자신과도 분리시키고 나이든 여성으로 하여금 비성적(非性的) 무성적(無性的) 존재로 인식되며 무시당한다고 느끼게 한다. 젠더와 문화는 여성의 나이대별로 여성들의 사고와 행동을 교묘히 지배하며 중층적으로 여성을 억압해 왔다. 그것은 일상의 통념과 편견으로 내면화 되어 여성의 노화를 좁은 틀 안에 가두고 여성 스스로도 자신이 아닌 외부로부터 오는 대우의 방식에 따라 나이 들어가게 한다. 여성은 결혼을 했든 비혼이든 나이가 들면 모두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된다. 그리고 할머니의 이상적 이미지로 모성의 테두리 안에서 가족에게 둘러싸여 행복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나 기껏해야 소녀같이 순진하고 곱게 늙은 모습이 제시된다. 노인여성은 통상 가족과 분리되지 못하고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사회적 성취가 있더라도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보조적인 존재로 주변화 된다. 이러한 성역할의 기대는 노년의 여성이 자신의 욕망으로 도전과 성장을 하려 할 때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듣게 한다. 이것은 노년 여성의 롤 모델이 남성에 비해 훨씬 드문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의 가치는 공적인 성취에 달려있고 여성의 가치는 성적 매력과 재생산 능력에 좌우된다. 여성들은 다른 사람 특히 남성의 시선을 받음으로써 존재감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사회화가 된다. 미의 기준이 젊은 여성의 몸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노인 여성은 디즈니 영화에서처럼 사악하고 마귀같이 탐욕스럽고 보기 흉한 마녀같이 묘사되거나 무성적 존재로 여겨지는 통념들이 지배한다. 또한 늙은 여성의 몸은 심지어 늙은 남성에 비해서도 열등하고 혐오스럽다고 간주된다. 이로 인하여 여성들은 나이 듦을 트라우마나 불행으로 인식하게 된다. 보부아르도 여성의 외모가 여성의 삶에 영향을 주고 가치평가의 기준이 되어 나이든 여성은 낮은 자아 존중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년의 여성에게도 젊게 보이는 것과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곱게 늙으라는 젠더의 관습적 명령은 얼마나 허구적인가. 노년 여성이 가진 삶의 구체성에 뿌리 내린 강하고 현실적이고 정직한 아름다움에 대한 서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남성들은 심리적으로 늙은 여성에 대한 비이성적인 강한 두려움과 원초적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서 여러 원시부족들이 장모에 대한 터부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과 중세시대에 동식물 등 자연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치유 능력을 가진 나이든 여성들이 마녀로 몰려 많이 화형을 당한 것에서 그 원형적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이렇게 가부장제의 시선은 노인여성을 비성적 존재로 보며 폄하하고 노인여성과 젊은 여성을 분리하여 가부장제를 유지한다. 또한 늙은 여성을 타자화하고 정서적 거리를 두고 그녀의 현재를 앞선 젊은 시절과 중년의 성숙된 단계가 아니라 단절된 것으로 대상화한다. 그 타자성이 덧씌워지는 것을 우리는 단호히 거부해야만 한다.

 

 노년기는 여성들이 가부장제가 부과한 성역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기이다 그러나 여성들은 여전히 결혼과 가족을 중심으로 한 역할과 이타심을 요구 당하며 대개 평생 바쁘고 죽을 때까지 가사와 돌봄 노동을 해야만 한다. 인생 후반부의 이러한 분주함은 나이를 거부하게 하고 감정을 무디게 하면서 갱년기의 성장을 방해하는 함정이 될 수 있다. 수잔 울프는 "여성들이 가부장제에서 타자로서 억압을 경험하여 자기희생의 이미지를 내면화함으로써 자신을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타자를 배려하고 가족의 입장을 고려해 선택하면서도 자신을 위해 선택한다고 혼동한다는 것이다. 노년의 여성에게는 성역할의 수행에서 오는 분주함에 대항하는 선택과 결단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것은 전에는 가능하지 않던 무언가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고 달라진 시간의 감각 속에서 지나온 경험의 의미를 이해할 수도 있게 해 줄 것이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말년의 양식에서 예술가의 말년성(lateness)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것에서 벗어나는 자발적 망명'이고 '화해되지 않은 개인의 비판적 사고가 지닌 저항의 힘이고 포장과 관리를 피하는 것'이며 '기존의 사회질서와 교감하기를 포기하고 모순되고 소외된 관계를 새로이 맺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노년은 충분히 자기 자신일 수 있고 젊은이 코스프레의 욕망을 넘어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을 수용하고 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다. 내면의 자유와 자신감이 충만해지고 사회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어 대담해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여성들은 노년에 대하여 안티에이징이라는 잔혹한 낙관이 아닌 현명한 비관의 태도를 가지고 주체로서 나이에 따르는 사회문화적 구속과 차별적 태도를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훤히 꿰뚫어 보며 자유와 성장, 배움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카프카의 <>에서 K가 그 앞에서 느끼던 모호한 불안과 혼란스러움의 문을 열어 젖히고 다른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 ?
    실가온 2021.07.27 12:08

    사람의 얼굴을 침입한 불모의 신은 그 푸른 생을 저당잡아 살아갑니다. 자연의 상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간의 모습일 겁니다.

    넘치는 잉여가 넘치는 허기를 생산해내고 역으로 허기는 또 잉여를 생산해냅니다. 이 반복이 만드는 허무하고, 스산한 웃음을 봅니다. 

    얼굴도 없는 그 정체가 생산해내는 것은 죽음이요, 만들지 못하는 것도 죽음입니다. 

    바람에 날리던 하얀 얼굴은 안티에이징에 갇혔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9 [一簣爲山(07)-서간문해설]與林葛川書 1 file 燕泥子 2021.07.29 165
» <107회 별강 > 1 해완 2021.07.22 207
167 [一簣爲山(06)-서간문해설]與盧玊溪 file 燕泥子 2021.07.21 149
166 孰人齋 落穗 (2), 2021/07/18 file 찔레신 2021.07.18 188
165 [一簣爲山(05)-서간문해설]答百誠之 file 燕泥子 2021.07.14 193
164 [一簣爲山(04)-서간문해설]答鄭雲龍書 file 燕泥子 2021.07.06 188
163 [一簣爲山(03)-서간문해설]與李景魯 2 file 燕泥子 2021.06.29 220
162 [一簣爲山(02)-서간문해설]與李夢應 2 file 燕泥子 2021.06.22 195
161 105회 속속 별강 <청소로 시작의 문을 연다> 1 mhk 2021.06.21 227
160 당신이 말이 되어 건네오면 2 file 효신 2021.06.15 223
159 [一簣爲山(01)-서간문해설]與栗谷書 10 file 燕泥子 2021.06.15 287
158 104회 속속 별강 <What women want> 1 file 燕泥子 2021.06.12 186
157 103회 속속 별강, 답례를 해야 하는 절대적 의무 1 는길 2021.05.29 217
156 그대들이여, 돌아서지 마시기를 1 효신 2021.05.23 207
155 102회 속속 별강 <삶의 미학, 그 직관의 토양> 내이 2021.05.14 193
154 孰人齋 落穗 (1), 2021/05/09 찔레신 2021.05.09 191
153 茶房淡素 (차방담소)-8-In vino veritas file 효신 2021.05.02 175
152 茶房淡素 (차방담소)-7 file 효신 2021.04.18 151
151 빛나는 오늘 실가온 2021.04.16 147
150 99회 속속의 별강 <弋不射宿> file 지린 2021.04.02 185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