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인문학
글은 인간의 (글)‘쓰기’입니다. 애초에 소리를 잡아두기 위한 도구로서의 글(소리글자)쓰기였든 혹은 사태와 사건을 기록하기 위한 문자(뜻글자)였든 상관 없지요. 글은 인간의 무늬(人紋)가 겹겹이, 층층이 담겨져 있습니다. 글은 인간이 전유하는 것 중 가장 정교하고 미려(美麗)한 도구이지만, 그것은 긴 세월의 상호개입으로 이미 도구 이상이 되어 인간성 속에 마치 선험적 기제인양 내장(built-in)되고, 이른바 ‘글쓰기ㆍ인간론’의 지평을 열었습니다. 그래서 글쓰기의 안팎에는 인간됨의 조건과 한계, 욕망과 희망, 재능과 기질, 그 과거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단서들이 있지요.
이번 강의에서는 글쓰기를 말하면서 정신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드러내고, 그 인간을 말하는 중에 글쓰기라는 형식의 특징을 살핍니다. 중요한 점은 이 특징들의 안팎에 인문학과 철학의 오래된 주제들이 새로운 치장과 변명을 품은 채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글쓰기의 인문학’이 성립하고, 이는 이른바 '글쓰면서 공부하라'는 내 오랜 공부론의 배경이 됩니다. 언어로부터 사상을 연역시키려는 하이데거(1889~1976) 식의, 혹은 유영모(柳永模 1890~1981) 식의 관심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지만, 말(하기)과 글(쓰기)로써 인간을 살피고 서로가 얽혀들면서 생성되는 새로운 삶과 정신의 가능성을 톺아내는 것은 당연한 공부의 한 갈래이지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요?’와 같은 물음을 훨씬 넘어, 글은, 글쓰기는 인간론의 정수(精髓)를 치는 활동이며, 인간 그 자체를 초과하려는 가없는 애씀입니다. 그리고 이 애씀의 동력이 쉼없이 엮어내는 우회(迂回), 대리, 보충, 일탈의 세속적 순례이기도 합니다. 소크라테스나 예수와 같이, 글을 쓰지 않아도 좋아요. 그리고 고은이나 조동일이나 장석주처럼 100권의 책을 쓰도 좋지요. 그러나 글을 쓰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깨닫는 것, 제 정신의 마루에서 다가서는 글쓰기의 풍경을 일람하는 것도 괜찮아요.
일시_ 2025년 6월 28일(토) 오후 3시
장소_ <인사라운지>, 인사동 9길 31, 2층/ 종각역 3-1출구 도보 3분
회비_ 3~5만원(학생/취준생 1만원) 농협 351-1199-1021-33 인문학연구회 장숙 *茶와 간식이 제공됩니다.
신청_ 010-9427-2625(는길) 010-7150-5441(단빈) 010-8454-6563(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