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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론>, 전설의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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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영민 ‘동무론’ 신판 출간
  •  곽성일 기자
  •  승인 2018년 11월 06일 17시 58분
  •  지면게재일 2018년 11월 07일 수요일
  •  15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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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人文)의 무능을 인문(人紋)의 축복으로 전복하는, 인문좌파적 실천 연대를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한 위안과 지침의 서.

그 진가가 알려지자마자 절판돼 많은 이들의 애를 태웠던 전설의 책.

이 땅에서 이 땅의 언어로 고군분투하며, 부지런한 글쓰기를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의 사유를 담금질 해온 철학자 김영민의 역작 ‘동무론 -인문연대의 미래형식’의 신판이 최측의농간의 첫 번째 철학서로 출간된다.

‘동무’라는 새로운 관계·관계형식에 대한 철학적 상상을 통해 우리의 물적·정신적 토대를 구성하는 체제의 내·외부를 성찰하고 전복하는, 실천하는 인문연대의 조건과 가능성에 관한 한 철학자의 치열한 사유 여로가 담긴 이 책 ‘동무론 -인문연대의 미래형식’은, ‘장미와 주판’이라는 이름의 인문학 공동체를 꾸린 바 있는 저자가 그곳에서 15년 이상 공부하고 실천하며 겪은 일을 토대로 집필한 기록이다.

최측의농간에서 초판 출간 10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신판을 통해 저자는 초판의 일부 오기와 구성을 바로잡고 초판에 대한 비판적 후기를 겸한 새로운 서문과 함께 초판 출간 이후 확장 및 심화된 사유의 한 기록으로서 ‘보론’에 해당하는 ‘존재의 개입과 신생의 윤리’를 수록했다.

철학자 김영민. 그 사유의 독창성과 깊이, 그것을 엮어내는 놀라운 글쓰기를 통해 이미 독보적 인문 실천의 경지를 열어왔던 그는, 그의 저서를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권만 읽어본 사람은 없다는 풍문이 공공연할 만큼 이 땅의 수많은 인문학도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

“‘사람의 무늬’(人紋)에 바탕하지 않은 인문(人文)은 공허하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가 냉철하게 꿈꾸는 연대는 ‘사람의 무늬’에 바탕한 연대이다. 그는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서가 아니라 ‘지는 싸움’이더라도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에’ 투쟁한다. 이런 신념이 ‘동무론’을 통해 드러나는 그의 철학자로서의 윤리이며, 새로운 인문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여타의 사상가들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놓인 환경, 스스로의 선입견, 스스로 감내했던 경험이 환기하는 기억의 파편들과 대결한다. ‘동무론 -인문연대의 미래형식’은 그 일진일퇴의 치열한 대결의 시간 속에서 탄생했다.

이 책의 전편을 관통하는 개념인 ‘동무’는 호의에서 시작하지만, 상대의 삶과 신념에 대한 신뢰의 시험을 통과한 뒤 보다 깊은 차원의 교감이 이뤄질 때 형성되는 만남의 새로운 꼴이며 형식이다. ‘인문연대의 미래형식’이란 명명으로 그는 그렇게 만난 ‘동무’들이 홀로선 개별자로서 인문적 삶의 실천으로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간결히 정식화했다.

그가 말하는 ‘인문’은 ‘무능’을 그 본질적 속성으로 내포하는, 자본제적 삶의 양식 속에서는 보다 철저히 ‘무능’한 것으로 배척당하는 것으로서의 인문이다. 그는 인문의 ‘무능’이야말로 체계화된 유능의 연약한 속살을 파고들어 우리를 억압하는 체제에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적었다. 이것이 그가 이 책을 통해 급진적으로 재발견해낸 ‘무능’한 것으로서의 인문의 역설적이고 역동적인 힘이며 ‘동무’들의 연대를 가능케 하는 동력이다. 우리는 그러므로 더욱 냉혹해진 자본제적 현실 속에서 보다 절실한 빛을 발하게 된 ‘동무론’을 일상생활의 혁명을 위한 실천지침서로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사유의 파편들을 비선형적으로 그러모아놓은 듯한 독창적 글쓰기의 한 전범으로서 또한 주목할 만하다. 책 속에서 그는 체계적 글쓰기가 빠지기 쉬운 자폐성의 함정에 대한 거부감을 토로하고 있는데 이는 그가 삶의 이치에 맞는 다양한 글쓰기 방식을 쉼 없이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동무론’은 이런 그의 견해가 전면적으로 투영된 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그는 쓴다는 행위가 어떻게 그 자체 하나의 급진적 실천이 될 수 있는지를 보인다.
  • ?
    찔레신 2022.10.04 12:09

    *"진가가 알려지자마자 절판돼 많은 이들의 애를 태웠던 전설의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숙인 몇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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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길 2022.10.06 12:15

    “선생님의 글은 어렵게 읽힙니다. 삶의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구에서 열리는 <동무론> 읽기 모임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알게 모르게 구성적으로 묶여 있는 자리가 드러나고, 나 역시 그 체계의 일부였다는 자각이 생겨납니다. 뿐만 아니라, 묶이고 동화된 관계 양식은 비평의 체를 거치며 정화(淨化) 될 수 있는 것, 즉 새로운 실천의 조건으로 이동해갑니다.

    부끄러움과 긴장이 따르는 읽기. <동무론>이 어렵게, 어렵게 읽히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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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燕泥子 2022.10.07 00:45
    세속에서 버성기다가, 억울해하다, 자책하다, 속속 공부와 동무론 신판을 만났습니다. 남을 지목하기도 지쳐, 자신을 어떻게 돌아봐야하는지도 모른채 스스로에게 절망하며 차츰 희망을 잃어버리고 속세를 떠나든, 감각적 쾌락에 몰두하는 타락의 길로 접어들든, 둘 중 하나의 길 외, 다른 길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반지성주의로 치달아가는 다원성의 사회에서, 지표(指標)를 잃어버린채, 멀쩡히 잘 사는 사람도 많은데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은 아닐까, 하고 스스로를 책망할 때 만난 동무론을 통해 앎이 주는 선명한 해소(解消)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체제 속에 구성된 존재로서 나자신을 알아가고, 개입을 깨단하면서 둘 중 하나의 막다른 길 외 어쩌면 사잇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에 접속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없는 희망을 애써 만드는 그 길에서 오늘도 걷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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