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2.03.03 16:28

essay 澹 3. 安寧

조회 수 19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ssay 3.  

 

“I’m not fully known to myself. 'cause part of what I’m is the enigmatic traces of others”(Judith Butler)

 

1. ‘그 복사기의 이름은, R-2025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R-2025, 다수의 똑같은 모양과 성능으로 생산 된 제품의 모델명 이다. 침팬지를 사랑하여, 차마, 침팬지에게 실험체 번호를 붙일 수 없었다던 어느 동물행동학 박사처럼, 그만의 이름으로 불러주지는 않았지만, 복사기를 만지고 다루며,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속까지 열어 보았던 관계인지라, ‘복사기라 명명 되던 그 사물은, 여타의 복사기와는 사뭇, ‘의미가 달랐다.

 

2. ‘그 사물이 옆에 있음으로, 가능해 지는 미래가 있었다. 이런 비유가 적정한지는 모르겠으나, 그 자리에 그가 있음으로, 알게 되는 미래. 인간의 손길과 눈길이 미치는 개입의 윤리가 시간의 온통을 아울러 삶을, ()구성하지만, 그 되어져 감의 여정에 인간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자기 옆의 한 존재가 사라짐으로 알게 되는, 잃어버린 것들의 흔적만큼이나 자명하다. 지척의 이웃이 함께 만들어 가는 자기自己가 있다.

(물론 대개의 경우, 인간이 가장 큰 영향을 주겠지만)


3. 자연 상태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와, 복잡하게 가공되어, 쓰임에 한정限定이 생긴 사물이 돌아가게 될 곳은 어디일까. , 그와 관계 맺었던 탓으로 생긴 책임의 윤리가 작동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맺어진 관계에서, 눈 돌리고, 등 돌리면서 생기는 탁함은, 왜 가라앉아 다시 맑아지지 않는 것일까. 삶의 장면 장면이 분절되어, 마침내, 삶에서 죽음까지 삭제 시킬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내는 이별은, 왜 아름답지 못할까.

 

4. 얼마 전 흙에 묻어준 고양이가 다시 무엇인가로 돌아가고 있듯, 사람의 손길과 눈길이 마지막까지 배웅 한 헤어짐에는여기 남은 것도 없고, 거기에 묻혀 따라가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불어 맺힌 것 없이 맑아질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안녕~.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6 160회 속속 발제문] 최명희와 『혼불』제1권 3 유재 2024.03.22 136
235 虛室'' essay_2. 그 사이에서 2 허실 2019.11.09 137
234 踏筆不二(20) 詠菊 지린 2020.09.28 138
233 <최명희와 『혼불』제1권> 발제문을 읽고 2 file 는길 2024.03.29 138
232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file 희명자 2020.06.13 142
231 근사(近思) 지린 2022.03.12 142
230 踏筆不二(연재예고) file 遲麟 2019.10.13 143
229 [나의 지천명]_1. 연재를 시작하며 2 燕泥子 2020.05.31 143
228 踏筆不二(14) 瑞麟 1 file 지린 2020.06.09 144
227 Do not be surprised if they try to minimize what happened/ Abigail Van Buren on Oct 2, 2019 1 찔레신 2019.10.03 147
226 行知(7) '거짓과 싸운다' 희명자 2020.07.03 147
225 133회 별강 <그대라는 詩> 윤경 2022.07.22 148
224 진료실에서의 어떤 기억 2 해완 2020.05.12 150
223 124회 별강 존재에서 느낌으로 ,그리고 앎(지식)으로 懷玉 2022.03.18 150
222 길속글속 154회 연강(硏講) <어긋냄의 이야기> 燕泥子 2023.05.27 150
221 essay 澹 5_自得(2)_ 성장 · 성숙 · 성인(2-1) 肖澹 2022.05.28 151
220 147회 속속(2023.02.25.) 후기 file 윤경 2023.03.03 151
219 무지와 미지 1 토우젠 2020.05.29 152
218 < 86회 별강> 타자, 그 낯섦의 구원 해완 2020.09.25 152
217 吾問(6) - 노력의 온도 敬以(경이) 2020.12.09 152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