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채로 구제한다
자기 구제의 공부가 근년의 주요한 관심사다. 위기지학爲己之學의 이념이 있듯, 외려 ‘근본 이기주의’의 되치기 수법으로 각답실지脚踏實地의 공부를 얻어 안팎으로 유익하고자 한다. 제 앞가림조차 못 하는 학식, 이웃의 아픔에 무력한 고담준론, 평생을 붙들고 있어도 제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는 공부, 죄다 목구멍에 들러붙은 독버섯이나 진배없다. 앉은 자리는 오염되어 있고, 시선은 고르지 않으며, 제아무리 많은 지식으로도 지혜는 조각날 수밖에 없다. 불투명해도 깨단할 수 있고, 흔들리면서도 걷고, 조각난 지혜로도 세상을 살고 우주를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