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4.10 18:01

다시 기억하며

조회 수 17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그림1.jpg



아이들이 우리 부부 다툰 얘기를 했나 보다. 출산한 동생 문안을 다녀오는데 친정아버지 하시는 말씀.  ‘사람은 서로 잘못하며 살아... 그러니 잘못을 너무 따지지 말아라.’


잘못을 지적해 상한 마음을 풀려는 방식은 대게 어긋났다. 내용을 떠나 지적이라는 말의 형식을 소화하지 못한 탓이다. ‘지적에 취약하니 숙고되지 못한 말을 빌미 삼고 챙겨들어야 할 말도 앞다투어 회피한다. 아팠던 일에 대한 보상이 되받아치는 일로 되지 않던데, 서로의 깜냥 없음을 경쟁하듯 드러내는 세속의 가정. 밀착된 만큼 애써 돌()봐야 하는 대화의 에서 자주 넘어진다.

 

운전하다 말고 사람은 잘못하고 살아라는 말에 숙연해졌다. 승복(承服)의 말로도 들려 아빠의 옆얼굴이 쓸쓸하다. 그의 딸인 내가 잘못이 없을 리 없는데. 내 잘못을 가지고 멀어진 사람들이 있는데, 잊는다. 사람을 잃고 배운 것이 가벼울 수 없지만 자기를 위해 그 무엇도 잊을 수 있는 가벼움도 내 것이었다.


아빠의 낮은 목소리가, 제 잘못은 없는 듯 대상을 지목해 잘못배설하고 있는 나를 감쌌다

엉거주춤 의례를 하듯, 잊었던 과오를 다시 기억해 불쾌한 과거로 한 발을 뻗는다또 잊겠지만, 또다시 시작하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 문제를 지라르의 표현을 좇아 말하자면, '개종(改宗)이라는 이름의 자기 성찰과 변혁을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태도가 된다. 희생양 의식을 '자기 안의 죄와 오염을 투사를 통해 안이하게 청산하는 방식'이라고 했지만, 쉽게 말해 죄인인 자가 스스로 켕겨서 엉뚱한 사람을 박해하는 짓이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그가 말하는 개종은 켕겨서 남을 박해하는 짓을 돌려세우고 스로의 진상과 대면하는 일이다."  (<집중과 영혼>,893쪽)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7 (身詞) #1. 글쓰기의 어려움 4 榛榗 2019.11.05 341
276 (속속 130회 별강) 정서가 자란다 file 는길 2022.06.11 351
275 (속속) 연극성(Theatricality)과 진정성(Authenticity) 榛榗 2020.02.26 808
274 (위험한 여자들) #1. 페미니즘의 도전(정희진, 2013) 2 榛榗 2019.11.19 190
273 (희명자 연재) 行知(1) 듣기의 수행성 1 희명자 2020.04.10 232
272 102회 속속 별강 <삶의 미학, 그 직관의 토양> 내이 2021.05.14 208
271 103회 속속 별강, 답례를 해야 하는 절대적 의무 1 는길 2021.05.29 238
270 104회 속속 별강 <What women want> 1 file 燕泥子 2021.06.12 209
269 105회 속속 별강 <청소로 시작의 문을 연다> 1 mhk 2021.06.21 262
268 108회 속속 별강 (유물론자의 다른 세상 보기) 1 懷玉 2021.08.06 280
267 110회 속속 별강 <변신(變身)하기 위해 장숙(藏孰)에서 장숙(藏熟)하기> 2 수잔 2021.09.03 403
266 113회 속속 별강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 1 약이 2021.10.15 236
265 114회 별강-<유령들의 요청> 실가온 2021.10.28 338
264 115회 별강 <경험가설> 1 지린 2021.11.12 240
263 118회 별강 <자기소개에 대하여> 燕泥子 2022.01.05 178
262 119회 별강<장숙에서의 공부가 내 삶에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가> 簞彬 2022.01.05 522
261 121회 별강<부사적 존재와 여성> 내이 2022.02.08 196
260 122회 별강 < 마음은 바뀐다> 1 지린 2022.02.18 175
259 123회 <별강>-과거의 눈빛 실가온 2022.03.05 210
258 124회 별강 존재에서 느낌으로 ,그리고 앎(지식)으로 懷玉 2022.03.18 16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