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4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지난 금요일에 열린 천산족모임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세월』을 함께 읽었습니다. 


*

"내가 보았거든 ········." 로즈가 되뇌었다. 

버지니아 울프『세월』56


*

로즈는 어린 여자아이입니다.  

보았지만, 그 본 것에 대해 말하지는 못합니다. 

그 아이의 마음 속에는 아직,  본 그것을 가리키는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로즈가 자라면서 말을 더 배우고, 

과거에 본 것을 지칭하는 말들을 짐작하게 되었을 때 겪게 되는 두 번째 경험이 있을 테지요, 

본 것을 벗어나면서, 본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대신에 얻게 되는 안정된 말들, 

가령 이 두 번째 경험이 상식과 이데올로기의 학습에 의한 것이라면, 

대개 우리는 이러한 두 번째 경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세 번째 말을 배우고, 두 번째 말이 세운 의식과 무의식의 내적 구조를 

끊임없이 허물어뜨리는 공부와 산책을 궁리해봅니다.  


아래 글은, 

1936년 4월 4일(일), 『세월』을 언급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입니다. 

54세 때의 일기입니다. 


*

또 다른 괴상한 특이성. 

메이너드는  『세월』이 내 책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엘리너와 크로스비의 한 장면은 체홉의 『 벚꽃 동산』보다 더 낫다고 말한다. 

이 의견은 매우 뛰어난 두뇌의 한가운데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뮤어의 공격만큼 내 마음을 흔들어 놓지는 않는다. 

그러나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잦아든다. 

이것은 다른 한 쪽에 대한 반응처럼, 허영심에서 나온 반응이 아니다. 

다른 쪽 것은 『리스너』의 금주 판이 지나가면 곧 사라질 것이다. 

L은 틸턴으로 가서 친구들과 오랫동안 조용한 잡담을 하고 왔다. 

메이너드는 『세월』이 매우 감동적이라고 말한다. 

나의 다른 어떤 책보다도 다정하다고. 

『 파도』처럼 어리둥절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아직 다 읽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두 의견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단 말인가? 

나의 가장 인간적인 책이라는 의견과, 가장 비인간적인 책이라는 의견을. 

아, 이 모든 것을 잊고 글을 쓰고 싶다. 

내일부터는 그래야겠다.   







  1. 105회 속속 별강 <청소로 시작의 문을 연다>

    Date2021.06.21 Bymhk Views234
    Read More
  2. 9살 서율이의 10계

    Date2020.02.09 By희명자 Views235
    Read More
  3. 작은 공부의 빛/ 사여경

    Date2022.09.30 By찔레신 Views235
    Read More
  4. 行知(2) '순서'와 '절차'라는 것

    Date2020.04.24 By희명자 Views237
    Read More
  5. 생명의 나무 (1)

    Date2022.04.14 By燕泥子 Views237
    Read More
  6. 1936년 4월 4일(일),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Date2022.04.24 By지린 Views240
    Read More
  7. 정체성과 수행성

    Date2019.06.05 By형선 Views241
    Read More
  8. 엄마의 서재(2) 희망이 들어오는 길

    Date2022.02.04 By는길 Views241
    Read More
  9. 허영,낭만적거짓 그리고 나

    Date2018.10.26 Byyield Views242
    Read More
  10. 吾問(2) Listen to my question (제 질문을 잘 들으세요)

    Date2020.09.12 By敬以(경이) Views242
    Read More
  11. 吾問(1) - 어떻게 하면 나비가 되죠?

    Date2020.09.02 By敬以(경이) Views245
    Read More
  12. ‘대책 없이 추워진 날씨에 고양이 걱정’

    Date2019.02.13 By형선 Views247
    Read More
  13. [一簣爲山(14)-서간문해설]與鄭士誠士慎

    Date2022.05.29 By燕泥子 Views248
    Read More
  14. 천안 산새

    Date2018.12.24 By영도물시 Views255
    Read More
  15. essay 澹 6. 타자성과 거짓말(141회 속속 별강문)

    Date2022.11.12 By肖澹 Views256
    Read More
  16. 이웃을 도울 수 있는가?

    Date2020.01.01 By億實 Views257
    Read More
  17. [一簣爲山(23)-고전소설해설] 崔陟傳(2)

    Date2023.06.11 By燕泥子 Views257
    Read More
  18. <장숙>, 2023년 (1-3)

    Date2022.12.26 By찔레신 Views258
    Read More
  19. 웃음 소리

    Date2018.10.29 By遲麟 Views260
    Read More
  20. 139회 별강 <리비도적 애착관계를 넘어 신뢰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Date2022.10.13 By簞彬 Views26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