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5.22 10:33

부재(不在)하는 신

조회 수 275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그림2.jpg


 

어느 가정을 덮친 폭력과 혼돈의 현장에 있어주기를, 골수암으로 자식을 떠나보내던 어미의 기도에 있어주시기를, 아니면, 오래된 상처의 주술적 반복... 스스로 끊을 수 없어 보이던 그()의 상처를 돌봐주시기를. 

동일시되었던 만큼 무섭고 간절했던 순간들이었다. 잠이 깨고 기도가 터져나오던 사건들 때문에 어깃장 놓으며 기도를 지웠던 시간을 지나 다시 무릎을 꿇었고 두 손을 모았다.  언제나처럼 신은 부재했다. 덕분에 걸음이 빨라졌다.

“...교회도 안가고 기도도 안 해. 신적인 존재에,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 이전에 나 스스로 사랑하고 스스로 일어서려고 해” A의 문자를 받아 읽으며, 새삼 부재하던 내 신의 이력에 잠긴다. 선생님께서는 사전을 찾을 때, 무엇을 모르는 그 순간이 죄 없는(덜한) 순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돌이켜보니 내게는 기도할때가 그래도 죄가 덜한 순간이었다.


신 없이 걷는다. 하지만 이 길 끝에 내 힘으로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는 것을 안다. 아니, 오늘 내 속에도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무능이 변명이 되지 않도록 힘써 걷고 또 걷다보면, 무망(無望)속에 기도를 놓을 수 있을까.  잘 봐주시라, 조금만 도와주시라, 도우려했다는 것을 조금만 알아주시라는 기도를.



  • ?
    토우젠 2019.05.22 13:22
    여러 갈래의 능선이 있고 그 길을 오르는 사람들, 사람들. 세상의 끝에 서서 다시 길을 내어 갈 사람들,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