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장숙>의 공부길
1. 몸의 공부
모든 것이 몸에 얹혀 있습니다. 문명도 정신도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도 몸의 분화이자 정화(精華)이며 그 열매입니다. 가령 ‘알면서 모른 체하기’도 필경 이러한 몸의 이치에 터한 것입니다. 제 몸을 무시한 채 길고 깊은 공부길을 갈 수 없습니다. 우선 제 몸을 맑히고 튼튼히 하세요.
2. 인끔의 공부
‘사람이 못 되면 가르치치 않는다(非人不傳)’고 했습니다. 공부는 우선 ‘제 자신을 구제하는 일(爲己之學)’입니다. 옛말로는 ‘성인에 이르는 길(學以至聖人之道)’이지요. 몸의 공부와 인끔의 공부가 실천되어야만, 대학의 제도교육이 실패한 자리를 뚫어낼 수가 있습니다. 게으름, 질투, 변명, 원념(怨念), 파약(破約), 그리고 녕변(佞辯)의 악습을 버립시다. 자신의 공부를 통해 사람의 새로운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하도록 애씁시다.
3. 장소(화)의 공부
공부는 스스로 밝아짐이며, 이로써 그 장소를 맑히고 이웃을 돕는 것입니다. 사린(四隣) 중에서도 특히 약자인 사물을(로써) 돕는 게 곧 장소화의 기본입니다. 휴지를 줍고, 신발을 가리런히 하며, 매사 절용(節用)하고, 껌처럼 깔려죽은 짐승을 모른 체 맙시다. 당신의 장소가 당신의 공부를 증명합니다.
4. 비평의 공부
이론들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이론들을 대화와 응하기 속에 체득해야 비평이 가능해집니다. 좋은 책을 가려 읽고, 정밀히 이해하고, 시간을 두고 묵혀야 합니다. 그 골자를 정리해서 적바림하고, 틈틈이 읽어 암송하며, 일상의 갖은 계기들 속에서 부려보아야 합니다.
5. 글쓰기의 공부
인간의 정신은 언어적 차원을 얻어 탁월해졌습니다. 언어가 없이는 사유도 불가능해진 상태이지요. ‘제 일을 잘 하려면 우선 제 도구를 예리하게 해야 한다(工欲善其事 必先利其器)’고 했지요. 정밀하고 풍성한 사유의 훈련에 글쓰기만한 게 없습니다. 긴 호흡으로 글을 쓰면서, 제 정신의 무늬를 가꾸어 가세요.
6. 외국어의 공부
내 방밖에 보이지 않는 정신에게, 문득 다른 방들을 열어 보여주는 게 외국어 학습입니다. 이것은 ‘열려있는 정신의 표상’입니다. 아울러 <藏孰> 공부의 중요한 한 갈래인 ‘지역학’을 위한 매체이기도 하지요. 그 중에서도 한문이 전공필수입니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그리고 베트남어가 부전공 필수이며, 영어는 교양필수입니다. 이 여섯 개의 언어를 터득하지 못하면 죽을 자격도 없습니다. 당장 2020년 외국어 학습 계획을 짜고, 긴 걸음을 차분히 옮기세요.
7. 전공의 공부
비밀이 없는 삶은 뿌리가 얕은 화초처럼 메마르고, 솜씨가 없는 정신은 심심합니다. 사람의 에너지는 제한되어 있으니 공부에도 집중과 악센트가 필요하고 고분(古墳)과 같은 웅숭깊은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간의 공부를 기반으로 해서 ‘세부의 전공’을 갖추고 그 내용을 채워나가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