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회 속속에서는 k님과 사제(師弟) 의 연(緣)을 가지셨던 손님 두 분이 함께 하셨습니다. 과학적이고 종교적이며 인문적인 이야기들과 더불어 k님과 제자분들의 회상(回想)이 장숙이라는 장소화에 힘입어 차방담소는 밝아지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철학적 사유로 깊어지고자 했던, 고결한 인간에 닿고자 했던 조선의 아름다웠던 젊은 지식인들이 맑은 얼굴로 거기 앉아 있었습니다. 처절한 고통으로 세계와 영영 화해할 길 없이 사라져버린 빛과 같았던 젊음들은 다시 깨어나 소통하고자 합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 어마어마한 일이1고 더 먼 시간을 지나온 역사의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는 무게로 우리에게 응하기를 청합니다. 남아있는 우리들은 무엇으로 그들을 환대해야 합니까.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일 것이다2 제자님들을 배웅하고 겨울밤 바람을 흉내 내 듯 다음의 환대를 기약하며 우리들은 장숙으로 돌아와 장소화를 이루었던 그곳을 청소합니다.
1.『정현종 詩,방문객』
2.『정현종 詩,방문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