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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는 (그) 책을 샀고, 집으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빵과 버터만으로 저녁을 때우면서도 책장을 넘기며 얼마나 흐뭇해했는지 모른다. 이 "티불루스"의 마지막 장에는 연필로 "1792년 10월 4일, 완독”이라고 적혀 있었다. 거의 100년 전에 이 책을 소유했던 사람은 누구일까?

The book ("Tibullus") was bought and I went home with it, and as I made a dinner of bread and butter I gloated over the pages. In this Tibullus, I found pencilled on the last page: “Perlegi, Oct. 4, 1792.” Who was that possessor of the book, nearly a hundred years ago?
그 밖의 다른 말은 쓰여 있지 않았다. 나는 그가 가난한 학자였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도 나처럼 가난하고 책을 좋아해서, 그에게는 피 같은 돈으로 이 책을 사서 읽으면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마냥 즐거워했을 거라고.
 There was no other inscription. I like to imagine some poor scholar, poor and eager as I myself, who bought the volume with drops of his blood, and enjoyed the reading of it even as I did.

 - George Gissing, "The private papers of Henry Ryecroft"(1903)
== 
52년 전 대학 3학년 가을. 수업을 마치고 하숙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에 없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50대 초(중?)반의 아저씨가 헌 책 3,40권을 좌판에 늘어 놓고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여기는 책이 팔릴 장소가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자 조금은 안스러워져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좌판 앞에 쭈그려 앉았다. 책들을 주욱 훑다 "김교신전집"이 눈에 꽂혔다. 더우기 가난한 내 주머니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었으니....

이제는 장숙의 양재도서관에 자리한 "김교신신앙저작집"과 나의 인연기(因緣記)이다.

(2)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어질지 못하시는가!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떳떳한 이치이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어찌 이처럼 이치에 어긋났단 말인가!

天何不仁之甚!我死汝生,理之所常。汝死我生,何乖理之甚!

  - 李舜臣, 亂中日記 

==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 未堂, 푸르른 날


(1)

일이 생기면 비로소 마음에 나타나고,

일이 지나고 나면 마음도 따라서 빈다.

事來心始現

事去心隨空

  - 洪自誠, 菜根譚

==

“Don’t think of an elephant!”

(‘코끼리야, 제발 좀 사라져다오!’)

  • ?
    이보 2026.06.04 22:56
    제 안의 코끼리떼와 밀당 중인데 상인의 말씀에 힘을 얻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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