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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8_093722.jpg habit(습관), habitation(주거지)


숙인재의 차방(茶房)에서는 낮은 말들이 오고 간다. 때로는 아무런 말없이 정적이 흐를 때도 있다. 침묵이 힘든 시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고요함을 즐긴다. 차방에서, 은은한 색으로 염색한 커튼과 조명, 그리고 갖은 모양의 찻잔을 비롯한 다양한 소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 것 하나 그냥 놓여진 게 아니라 누군가가 고심끝에 선택하였을,  그러한 물건들로 꾸며진 차방이 우러내는, 깊고 차분한 분위기가 나를 휘감았다. 장소가 발휘하는 힘이 어떤 것인지를 체감하게 했다.


물건이 제자리에 놓여있고 쓰임을 받지 못하는 것은 없다. 군더더기없이 딱 떨어지는 그러한 곳이 바로 우리집이다. 정리 정돈은 당연한 일상의 한 부분이기에 놓칠 수 없었는데, 청소라는 강박을 넘어서지 못한 결과일 뿐이었다. 집안 어디를 둘러 보아도 사는 사람의 품격을 느낄 만한 곳이 없다. 물건을 선택함에 있어 실용성이 우선이었고, 물건보다는 사람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물건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거실에 놓인 쇼파, 세탁실에 있는 건조기, 천정에 붙어 있는 에어컨이, 어느 날 나를 비웃고 있는 듯했다. 그것들이 낯설고 부끄럽기까지 했다. 어쩌면, 그 증상은 그들과 주종의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뒤늦게 해본다.


거하는 곳이 사람의 몸을 바꿀 지경이니, 장소가 발휘하는 힘은 실로 엄청난 것이다. 나와 물건이 맞닿아 이루어내는 그 무엇, 그러한 물건으로 이루어지는 장소가 사유의 공간이 될 것이다.  눈에 보기 좋게 정리가 잘 된 집이 아니라 어떤 힘을 발휘하여 거하는 자의 정신을 단단케하는 그러한 장소를 내 집에 세워 보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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