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0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NDSL. 2024-02-17.

긁어 부스럼

 

사물을 가만히 만진다는 것은 하나의 덕()일 것이다. 사물이란 부득이 사람의 폭정 아래 내맡겨져 있기에 그를 잘 만진다는 것은 그와 다르게 관계 맺는 하나의 방식이며 그의 물질성을 공대하는 형식이다.

 

타자를 만진다는 것은 애무(愛撫). 레비나스에 의하면 모든 것이 거기에 있는 세상 속에서 결코 거기 있지 않은 것과 놀이하는 방식”(윤리와 무한, 86)이 애무다. 애무로써 타자를 만지는 주체는 자신이 찾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타자를 가만히 만진다는 것은 일종의 삼가는 행위, 즉 신()이 될 수 있다.

 

그러면 나를 만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가령 아토피처럼 끔찍하고 견딜 수 없는 가려움을 동반하는 피부병은 자신을 어떤 특정 형식, 즉 오직 긁는 형식으로 만지라고 명령한다. 마침내 그 명령에 복종하여 긁기 시작하면 가려움은 특이한 종류의 통증이 되고 마치 화마처럼 환부는 아래로, 옆으로 퍼진다. 모든 피부병은 긁으면 극심한 부스럼을 일으킨다. 만지면 절대로 그 병을 치료할 수 없다. 모든 피부병은 내가 나를 만지는 방법은 오직 나를 절대 만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셈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사물과 타자를 만지는 나의 손에 관한 하나의 무서운 진실도 드러내 준다. 어쩌면 그들을 만지지 않는 것이 가장 나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그들을 만지지 않고서는 어찌할 수 없다면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 손에는 가시가 있다.

 

공백 제외 557

유재


  1. No Image 22Oct
    by 찔레신
    2024/10/22 by 찔레신
    Views 79 

    漢文講讀(24)(1-2/계속)

  2. No Image 30Aug
    by 찔레신
    2024/08/30 by 찔레신
    Views 316 

    漢文講讀(23) (1-10)

  3. <국립국어원>의 '근현대국어사전'

  4. No Image 04Jul
    by 피치
    2024/07/04 by 피치
    Views 202 

    NDSL8-수정본, 나의 엄마

  5. No Image 20Jun
    by 피치
    2024/06/20 by 피치
    Views 174 

    NDSL(8) 나의 엄마

  6. No Image 19Jun
    by 벨라
    2024/06/19 by 벨라
    Views 174 

    NDSL(7)관찰자라는 타자(버릇과 노릇 수정본)

  7. No Image 31May
    by 벨라
    2024/05/31 by 벨라
    Views 177 

    NDSL(7) 버릇과 노릇

  8. No Image 30May
    by 簞彬
    2024/05/30 by 簞彬
    Views 155 

    NDSL(6) 제 안에 갇힌 자(수정본)

  9. NDSL.(5) 건강의 기본값(수정본)

  10. No Image 16May
    by 簞彬
    2024/05/16 by 簞彬
    Views 160 

    NDSL(6) 제 안에 갇힌 자

  11. No Image 26Apr
    by 如一
    2024/04/26 by 如一
    Views 180 

    NDSL.(5) 건강의 기본값

  12. NDSL(4_수정본) 意味와 自得

  13. No Image 12Apr
    by 는길
    2024/04/12 by 는길
    Views 165 

    NDSL(3_수정본) 자기 표상 오류

  14. No Image 12Apr
    by 지린
    2024/04/12 by 지린
    Views 175 

    NDSL(4) 밤과 말

  15. NDSL(3) 자기 표상 오류

  16. No Image 21Mar
    by 孰匪娘
    2024/03/21 by 孰匪娘
    Views 161 

    NDSL(2_수정본) 연극과 생활극

  17. No Image 15Feb
    by 孰匪娘
    2024/02/15 by 孰匪娘
    Views 225 

    NDSL(2) 연극과 생활극

  18. No Image 15Feb
    by 유재
    2024/02/15 by 유재
    Views 205 

    NDSL(1_수정본) 긁어 부스럼

  19. No Image 10Feb
    by 찔레신
    2024/02/10 by 찔레신
    Views 301 

    漢文, 書簡文/漢詩(22/1-10)

  20. No Image 04Feb
    by 유재
    2024/02/04 by 유재
    Views 212 

    NDSL(1) 긁어 부스럼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