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07.30 14:57

<조선, 1894 여름> 의제

조회 수 14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중국과 일본에는 드라마와 음악 작품, 온갖 종류의 마술이 공연되는 극장이 있다. 하지만 조선인들은 두 나라와 수백 년간 관계를 맺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극장이 무엇인지도 전혀 모른다. 수도인 서울에도 연극 무대가 하나도 없다. (169쪽)


중국이 아닌 다른 민족을 이웃으로 두었더라면 오늘날 조선인들은 기본 교양과 교육에서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다. 이 나라는 수천 년 동안 오직 중국하고만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거대한 중국 제국은 조선인들의 정신적인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에서는 옛 경전을 연구하고 아는 것 그리고 수백 년이나 된 오래된 저작들이 아직도 학식의 최종적 권위로 여겨지는데, 조선의 사정도 이와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언어와 문학에 대한 연구나 지리와 자연에 대한 지식은 완전히 경시되고 있다. (210쪽)


하지만 이때에도 조선의 ‘학자’들은 현재 수많은 중국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중국어, 즉 현대의 공용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이 전혀 발음할 수도 없고 말해온 적도 없는, 왜곡되고 장식이 많으며 부자연스러운 문어(文語)를 쓴다. 그래서 이 글은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생각으로 읽어야 한다. 이처럼 전혀 불가능한 언어로 조선인들은 문집을 쓰고, 이 문집을 중국의 옛 현인들의 말과 역사적인 예들, 속담, 선례로 가득 채우는데, 이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211쪽)


(의제)

왜 우리는 우리를 자화상화하지 못하는가?

조선의 ‘학자’들은 옛 중국 현인들의 이야기들로부터, 그 이야기를 빌려와서 자신들의 글을 썼고, 사유했다. 

스스로가 “살고” 있는 <조선>으로부터 사유를 건져 올리는 것이 아니라, “1894년 이미 중국으로부터도 고립되었고 절대적으로 추상화된 관념”으로 사유했다. 이들의 사유도구(언어와 전거가 되는 이야기)는 <조선>이 아니었다. 이러한 사유방식으로 그들의<조선>은 끊임없이 비교당하면서 배척되었을 것이다. 이들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스스로를 배척하게 되는 기이한 지점에 놓이게 되었다. 자신들의 사유구조에서 자신과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이 완벽하게 소외되었다. 사유가 있는 자화상화은 불가능했다. 다른 한편으로, 그리하여 필연적으로 <조선>의 일상에서 주고받는 말(음성)은 사유를 공급받지 못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구조화 해낼 힘을 공급받지 못했다. 인간은 <말/극장> 앞에서 스스로를 대면하게 된다. 이것이 지금까지 산문으로의 자화상화가 더딘 까닭이다. 우리는 지금도 스스로 사유하기를 어려워하며 끊임없이 이방의 사유법을 찾아 헤매면서, 우리에게서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는 세계관을 찾아 헤맸고, 그것을 학습했다. 우리는 분열되어 있다. 자화상화를 하면서, 스스로를 가리키면서 정신의 성숙을 도모하는 변태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이 분열의 현기증을 이야기해보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1 踏筆不二(20) 詠菊 지린 2020.09.28 233
120 < 86회 별강> 타자, 그 낯섦의 구원 해완 2020.09.25 252
119 吾問(3) 언어화 1 敬以(경이) 2020.09.22 243
118 茶房淡素 (차방담소)-2 효신 2020.09.20 225
117 始乎爲士終乎爲聖人 희명자 2020.09.19 193
116 踏筆不二(19) 天生江水流西去 지린 2020.09.17 269
115 吾問(2) Listen to my question (제 질문을 잘 들으세요) file 敬以(경이) 2020.09.12 332
114 남성성과의 화해 懷玉 2020.09.11 240
113 踏筆不二(18) 一句 지린 2020.09.11 207
112 學於先學2-1_ 공자와 공자를 배운다는 것(서론) 肖澹 2020.09.11 235
111 行知(11) 매개(성) 1 희명자 2020.09.04 250
110 <84회 별강> 2년 6개월 공부의 성과와 위기 1 懷玉 2020.09.03 583
109 踏筆不二(17) 존재(Sein)와 당위(Sollen) 1 지린 2020.09.03 598
108 吾問(1) - 어떻게 하면 나비가 되죠? 1 file 敬以(경이) 2020.09.02 318
107 學於先學1_ 소크라테스와 그의 말(語) 1 肖澹 2020.08.28 274
106 詩 하자_ <봄날은 간다> 1 肖澹 2020.08.25 248
105 茶房淡素 (차방담소)-장미에 대한小考 (소고) 1 file 효신 2020.08.17 303
104 <83회 별강> 능력주의 신화는 아직도 진행 중? 冠赫 2020.08.14 292
103 조선 1894년 여름, 여성의 삶과 관련하여 1 file ㅇㅌㅅ 2020.08.02 299
102 <82회 별강> 여자의 말을 배운다는 것 燕泥子 2020.08.01 272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6 Next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