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8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다산의 신독.jpg



君子 處暗室之中 戰戰栗栗 不敢爲惡 (군자 처암실지중 전전율율 불감위악)

군자가 어두운 방에 가운데 있을 때도 두려워하여 감히 악을 행하지 못하는 것은

知有其上帝臨女也 (지유기상제임여야)

상제께서 임하고 계심을 알기 때문이다.

 

不信降監者, 必無以愼其獨矣 (불신강감자 필무이신기독의)

(하늘에서) 내려와 감시하는 이를 믿지 못하는 자, 필시 그 홀로 있음에 삼감이 없을 것이다.

 

中庸自箴(중용자잠)』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유교 윤리의 핵심 원리 중 하나인 신독(愼獨)의 전제조건으로 다산은 상제(上帝)라는 개념을 끌어왔다. 그가 상제(上帝) 혹은 강감(降監)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천주교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겠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신독(愼獨)에 대한 기존 해석을 새롭게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산은 로 보는(天卽理) 전통적 주자 성리학적 관점을 벗어나 천()을 이신론적(理神論的) 존재가 아닌 인격신적(人格神的) 특성을 띄고 있는 존재(上帝)로 보았다. 홀로 있을 때 조신하게 삼가는 유교의 신독(愼獨) 윤리가 서양의 기독교의 윤리(“신 앞에 선 단독자”)와 상통되는 지점이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다. 다산의 신독(愼獨)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통해 서학(西學)을 포함한 다양한 사상을 편견 없이 대했던 그의 개방적인 학문적 태도와 동서양을 아우르는 보편성을 담지하고 있는 그의 사상의 일면(一面)을 보게 된다.

 

다산이 원시유가의 상제(上帝) 관념을 복원하려는 시도는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인간을 보다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윤리의식을 가진 존재로 재규정하는 토대로 작용했다. 다산에게 인간 존재는 기존 주자 성리학의 성즉리(性卽理)가 함의하고 있는 ()에 지배를 받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다산은 인간을 상제(上帝)의 주재(主宰) 아래, 개인의 실존적인 수양을 통해 자신만의 성()을 주체적으로 구성해나갈 수 있는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로 보고자 했다. 인간은 자신의 일상에서 감찰하시는(上帝)을 항상 의식함으로써 홀로 삼감(愼獨)을 실천하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다산은 전통적인 주자 성리학의 성즉리(性卽理) 관점과는 다르게 인간 존재에게 사물, 동물과는 다른 특별한 격(의식을 가진 존재)을 부여하였고, 인간이 자신의 마음()에 주어진 단서(四端)를 계발하고 공부를 함으로써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신(上帝)의 섭리와 인간의 실존적 노력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매우 아름답게 조화시키고자 한 다산의 통섭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 속속을 마치고 茶房에서 file 시란 2018.10.18 335
76 손, file 희명자 2020.05.25 204
75 송년 속속, 속초 겨울 바다! file 는길 2021.12.16 1305
74 수잔의 사진(1)/ 그릇들, 푸른 3 file 찔레신 2023.02.19 197
73 수잔의 사진(2)/ 차방, 붉은 1 file 찔레신 2023.02.19 194
72 수잔의 사진(3)/ 조별토의, 저 너머 file 찔레신 2023.02.19 197
71 수잔의 사진(4)/ 침채, 그 옛날처럼 2 file 찔레신 2023.02.20 277
70 숙인재의 정원 2 file 燕泥子 2022.04.28 207
69 시간 2 file 토우젠 2018.10.23 344
68 시독40회 file 遲麟 2020.01.17 241
67 시독밥상 file 희명자 2019.12.16 251
66 식사 명구(名句) file 희명자 2020.04.16 164
65 file 형선 2019.02.17 201
64 신(神)은, file 지린 2022.01.05 1346
63 실습(實習) file 는길 2022.07.26 143
62 심검(尋劍), 차방에 앉아 계신 선생님 2 file 수잔 2023.04.13 330
61 아득한 곳을 향해 1 file 형선 2018.11.26 299
60 아름다운 것은 5 file 현소자 2018.12.09 358
59 어둠을 깨치다 file 효신 2020.12.15 169
58 어떤 실험, 혹은 실천 file 형선 2019.08.17 252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