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숙 차방으로 이사 온 다다미, 찻장, 도자기, 찻상을 보며 이 사물들이 서숙으로 이사 오기 전 머물렀던 공간이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치 아주 오래 전부터 서숙의 차방에서 기거해온 동무들인 양 있어야 할 자리에 옹기종기 모인 이 사물들이 K 선생님과 숙인들이 모두 떠난 후 어떤 말을 주고 받을지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서숙의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마주치는 자본주의적 세속과는 다른, ‘지며리 계속되는 한 장소에 대한 가없는 노동’(『비평의 숲과 동무공동체』, 259쪽)과 그 안에서 건너오고 건너갈 동학들의 극진한 어울림으로 가능해질 서숙의 어떤 위용을 꿈꾸며, 서숙,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