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 모른 체하기를 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알면서 모른 체하기는 다만, 앎이 소유될 수 없다는 것과 대상이 되어 소유되는 순간 스스로 그 빛을 꺼버린다는 사실을 귀띔해주고 있을 뿐입니다. 선생님께서는 공부하시는 분이시고, 당신의 앎과 자득을 그것이 아직 살아서 팔팔 뛰고 있을 때, 환할 때, 재빨리 제자리로 돌려보내시는 것으로 숙인들을 가르치고 계시며, 그러시는 것으로 당신 스스로도 빈 곳을 획득하시면서 새로운 첫 걸음을 가능하게 하고 계십니다. 숙인들이야 각자 깜냥대로 선생님께서 놓아주시는 그 날뛰는 앎을 겪고 있지요, 숙인들의 깜냥이 차츰 깊고 넓어져서, 장숙에서의 선생님 강의가 현존하기를, 그래서 장숙은, 본디 태어난 바 그 모습 그대로, 선생님과 숙인들 사이사이에서 막 놓여난 앎이 밝게 유영하는 교학상장의 바다와 같기를 기원합니다. 더불어 늘 아무도 없는 곳으로 한 걸음 내딛으시는 선생님의 그 첫 걸음을 천지신명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런 까닭으로, 당신의 그 첫 걸음이, 당신의 앎이, 그 처음 걸음을 내내 밝혀줍니다.
선생님 생신 가까운 날이었던 어제, 몇몇 숙인들과 선생님 모시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그 자리는 숙인재로 옮겨져 이어졌습니다. 숙인재에서 몇몇 숙인들은 선생님 생신 축하 인사를 미리 올렸고, 선생님께서는 그 매 인사마다에 응해서 별강해주셨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숙인들은 또 선생님께서 내놓으셨던 질문에 응해서, 그간 장숙에서의 공부는 어떠했는가, 혹은 그간 장숙의 공부는 어떻게 변해왔는가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위 글은 미리 작성되어서 그 자리, 숙인재에서 낭송했던 글인데, 그 자리가 파하고 난 뒤에 있었던 초담의 질문에 힘입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었던 는길의 의견으로도 힘입어, 어제의 골조는 그대로 두고, 몇 군데 수정하여 여기 게재하며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