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 해도 孰人으로서의 생활이 큰 부침 없이 고요하기를, 일관되기를, 가끔 한 줄기 빛이 공부하는 방 창에 서리기를, 동학을 도울 수 있기를, K 선생님의 말씀에 깨달음의 미소로 응답할 수 있는 순간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공부는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요?
不怒不怨但善應 轉識得智而寬厚 能改能移不退轉
매일 좋은 문장을 암송하고, 낭독을 생활화하고, 외국어를 익혀 새로운 마음의 길을 내며, 에고를 다루는 결기를 벼리고, 응해서 말하는 가운데 반걸음씩이라도 ‘낮은 중심을 얻어가는 공부’가 실력이 되어, 이 실력으로 빚어진 생활양식이 머무는 자리를 아름답게 하고 그 장소에 깃드는 사린이 나의 도움을 입어 빛나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애쓰고 애쓰겠습니다.
왜 공부의 실효는 타자/사린을 돕기, 로 드러나는 것일까요? 그것은 물이 넘치듯이 덕(德)은 넘치고, 자신을 태우는 불이 이웃을 밝히듯이 스스로 밝은 정신은 이웃을 비추기 때문입니다. 실력이나 신뢰는 타자라는 매개를 통해서만 제 자신의 기쁨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뜻에서 자기 구제는 곧 이웃을 포함한 동시구제(同時救濟)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의 진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공부! 그렇지요, 그것은 하늘까지 닿는 사람이라는 기이한 정신적 존재의 일생입니다.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