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역>에 일찍 도착한 이들은 동암까지 걸어가기로 하였습니다. 택시로 10분이었던 풍경은 몸의 속도에 맞게 천천히 펼쳐졌어요. 밀양은 한층 봄볕이 짙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아얀 목련과 인사를 나누고 紅매화 청매화를 구분하며 걷다보니 한 시간 삼십분이나 걷게 되었어요. 예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었지만, 시간을 더 들이게 되더라도, 이 길 어디에선가 바로 걷고, 깊게 걷고, ‘알면서 모른 체하기’로 걷는 걸음이 체득되리라, 하였습니다.
이번 강독에는 과제가 있었어요. 교재 6장 중에 각자 한 꼭지를 선택하여 ‘깜냥껏’ 해설하였습니다. 각자의 관심에 따라, ‘괴물이 온다’(206), ‘사람만이 절망이다’(224),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225), ‘어른, 어른이 되지 못하는’(229), ‘사이코패스와 장인, 남모르는 쾌락에 대하여’(271)가 선택되기도 겹치기도 하였습니다.
(동암 茶실에서)
필기 한 자락을 옮겨 적습니다.
“(...) 실력이란 기이한 것이어서 내 마음이 알아봅니다. 실력이 늘면 분명한 조짐을 보이는데, 자기가 자기를 대하는 지점이 변화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넘어가게 돼요. 나(에고)를 이긴다는 마음이 조금씩 듭니다. (...) 그냥 매일 해야 합니다.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지루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밖에 없어요. 신통한 그런 것은 없어요.”
반드시 자신이 알아보게 되는 不退轉의 경계를 표지 삼아 지루한 일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고 적어두었습니다. 지루하고, 심심하고, 자극을 구하는 자신을 한 발로 밟고(攵), 어떤 지루함을 조금은 슬금히, 횡단(橫斷)한 이력(自得)을 가지고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그러므로 사이코패스의 쾌락이 별스러운 ‘자극’에 의해 유도되는 반면, 장인의 쾌락은 오히려 노동의 반복이 지속적으로 드러내는 새로운 ‘일상’에 있다.” (『차마, 깨칠 뻔하였다』, 늘봄, 2018년,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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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동암강독은 4월19일(金)에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