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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찌로오가 웃음을 참으며 "도대체 당신은 누구죠?" 하고 물어 보니 사나이는 갑작스레 진지한 얼굴로 "나는 산고양이님의 마부여." 하고 말했습니다. 미야자와 켄지(宮澤賢治), <도토리와 산고양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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藏孰에는 [자기소개]가 있습니다. 요구되거나 요구하는 내용은 전혀 없이, 텅 빈, 그 환한 곳으로 스스로, 홀로, 나아가, 내가 누구인지 말해야 하는 공부의 한 형식으로, 그 형식만 있는, 자기개시의 순간이기도 한, [자기소개]가 있습니다. "藏孰工夫는 영원한 자기소개다."라는 문장을 써보겠습니다. 나의 자기소개는, 그 형식을 가능하게 해주는, 그 장소와 그 선생님과 그 숙인들이 있는 것으로, 그 형식과 약속을 지켜주며 있는 것으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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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끝난 뒤에 작성해 보는 후기 또한 [자기소개]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 모임이 끝나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면서, 하마터면 인생지사일장춘몽(人生之事一場春夢)이라고 읊조릴 뻔했다. 4월의 천산족 모임은 [그] 일장춘몽의 춘몽(春夢)과 비슷할 듯한, 달콤하고 환하고 아련하고, 서글픈 고통으로 쓰고, 연분홍 기미가 감싸고 휘감고 있었는데, 봄이었다, 얼어붙어 있던 것들 풀풀 풀리고 휘휘날리면서, 破約하고, 破約하고, 破約하면서, 꽃피면서, 멀리 가고자 하였고, 나는, 모임 주관자로서의 책무를 쉽게 포기했다, 나는 반성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깊이 듣고 거기에 應해서 말하지 않고, 봄의 [幻]처럼 아름다운, 하고 싶은 말들, 말들, 말들, 많이 하여서 만들어진 세계는, 세계인가 아닌가, 쉽게 가볍게 들뜨고 들떠서 약속과 텍스트를 떠나 멀리 멀리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돌아다니는, 맴맴, 맴도는 말들은, 돌아갈 줄을 모르고, 다시 텍스트로!, 좀처럼 돌아가지 않는 말들은, 마침내 텍스트를 잃어버리고 잊은 말들이, 무의식적으로 증상적으로 잃어버려서 얻게 되는 해방으로, 해방감으로 근근이, 펼쳐놓았던 세계(世界)는 경계없고, 없는 세계이며, 춘몽, "세계없음"이었다, 그 명쾌한 [一場春夢]말이다. 나는 모임주관자로서 반성하고 반성하면서, 세계는없고, 春과 夢만 남아 있는 그 자리를 깊은 밤에 홀로 돌아보는 것이었다, 반성하고 반성하면서, 春과 夢이 없는 쪽으로 가는 것이로구나, 하는 결론으로 반성을 마무리하면서, 인생지사일장춘몽을 차마 입에 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아직도 꿈의 취기는 남아 있고, [幻]의 그토록 애잔한 아름다움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