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울 감고 심호흡을 하면
約已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차 한 잔을 마신다.
그리고 요가 매트를 깔고 절 체조를 한 후 자리에 앉는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5월에 이석증이 재발했을 때 차라리 팔·다리가 부러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었다.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무릎 골절로 깁스를 하게 되었다.
의사가 다리를 심장 위로 올려놓는 것이 좋다고 해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거실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거나, 창가에 앉아 자유로이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
깁스를 하고 두 주가 지나자 몸도 마음도 지쳤다.
소화도 안 되고 어지럼 증세가 다시 나타날 조짐이 보였다.
나 자신이 괜히 불쌍해졌다. 옆방에는 아이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소리는 내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다행히도 아이는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대론 안 된다. 나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눈물을 닦고서는 소파에서 내려와 몸을 천천히 창가로 옮겼다.
두툼한 방석 위에 불편한 다리를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호흡에 집중하면서 명상을 시작했다.
“인간의 마음은 그 뇌의 활동에 의해 떠오른 것이다. 인간의 뇌는 그 몸의 활동에 의해서 내면화된 것이다.
인간의 몸은 타자와의 조응적 활동에 의해 진화한 것이다. 그 모든 타자는 원초적 활동의 흔적들이다.
하지만 묻지 않고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마음의 활동에 의해서 무엇이 생성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K님, 『차마 깨칠 뻔하였다』 마음의 너머1)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깁스를 푼 지 한 달이 지났다.
한동안 놓았던 붓도 들었고 덮어 두었던 책도 다시 펼쳤다.
허둥대지 않고 고요함을 유지하면서 몸과 마음을 넘어 의식의 세계로……
우주가 없음에서 시작했으니 마음도 몸 이전에 이미 존재했던 걸까요? 마음, 마음, 마음, 마음이란 말, 낯설어 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