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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에 열린 천산족모임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세월』을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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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았거든 ········." 로즈가 되뇌었다.
버지니아 울프『세월』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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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는 어린 여자아이입니다.
보았지만, 그 본 것에 대해 말하지는 못합니다.
그 아이의 마음 속에는 아직, 본 그것을 가리키는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로즈가 자라면서 말을 더 배우고,
과거에 본 것을 지칭하는 말들을 짐작하게 되었을 때 겪게 되는 두 번째 경험이 있을 테지요,
본 것을 벗어나면서, 본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대신에 얻게 되는 안정된 말들,
가령 이 두 번째 경험이 상식과 이데올로기의 학습에 의한 것이라면,
대개 우리는 이러한 두 번째 경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세 번째 말을 배우고, 두 번째 말이 세운 의식과 무의식의 내적 구조를
끊임없이 허물어뜨리는 공부와 산책을 궁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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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1936년 4월 4일(일), 『세월』을 언급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입니다.
54세 때의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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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괴상한 특이성.
메이너드는 『세월』이 내 책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엘리너와 크로스비의 한 장면은 체홉의 『 벚꽃 동산』보다 더 낫다고 말한다.
이 의견은 매우 뛰어난 두뇌의 한가운데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뮤어의 공격만큼 내 마음을 흔들어 놓지는 않는다.
그러나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잦아든다.
이것은 다른 한 쪽에 대한 반응처럼, 허영심에서 나온 반응이 아니다.
다른 쪽 것은 『리스너』의 금주 판이 지나가면 곧 사라질 것이다.
L은 틸턴으로 가서 친구들과 오랫동안 조용한 잡담을 하고 왔다.
메이너드는 『세월』이 매우 감동적이라고 말한다.
나의 다른 어떤 책보다도 다정하다고.
『 파도』처럼 어리둥절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아직 다 읽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두 의견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단 말인가?
나의 가장 인간적인 책이라는 의견과, 가장 비인간적인 책이라는 의견을.
아, 이 모든 것을 잊고 글을 쓰고 싶다.
내일부터는 그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