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散族和談 1. 세월, 1880년
(참석_지린, ㅇㅁㅇ씨, 효신, 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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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없는 자리_1
거짓말! 그녀가 마음속으로 외쳤다. 얼마나 지독한 거짓말인가! 그는 그녀가 진정으로 느꼈던 단 하나의 감정을 앗아갔다. 그녀가 진정으로 이해했던 그 한순간을 그가 망쳐버린 것이다. (『세월』, 버지니아 울프, 솔출판사, 111쪽)
세월, 1880년의 마지막 장면 중 델리아는 ‘그녀가 진정으로 느꼈던 단 하나의 감정’을 빼앗긴다. 비가 내리던 날, 그녀는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고, 또 미워했던’ 어머니의 시신이 든 관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녀는 그 관을 바라보며 기절 할 듯한 현기증 속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간다. 하지만 그 순간, “당신께 진심으로 세 번의 감사를 드리나이다 ―”로 시작하는 목사의 장례설교는 그녀가 진정으로 느낀 단 하나의 감정을 훼손시킨다. 델리아는 즉시, “거짓말!”을 외치며 제 감정의 정당함을 말한다. 그리고 코가 빨개지도록 눈물을 흘리는 모리스와 엘리너, 경직되어 굳어 있는 아버지를 보며 생각한다. “우리 모두 그 어떤 것도 느끼고 있지 않아. 우리는 모두 그런 척하고 있는 거지.”
언젠가, 의식을 잃었던 어머니가 고비를 넘기자, ‘그러니까 당신은 죽지 않을거군요’라던 델리아는, ‘도덕과 관계없이, 이데올로기와도 관계없이(지린)’ 말한다. “얼마나 지독한 거짓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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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없는 자리_2
런던엔 봄이 있다. 그리고 그 봄은 울프의 세계 속에서, 그녀의 글의 형식처럼, 그녀의 손가락을 통해, 세상에 있는 그대로 기술된다. 그 기술 된 봄을, 런던을 본적 없는 이곳의 사람이 떠올릴 때, 그 봄은 한국의 봄이 되는가 런던의 봄이 되는가.
1880년 런던의 봄을 읽던 시야 사이로 밝은 빛 머금은 숙인재 마당이 들어선다. 연못에서 유영하는 오란다가 활기를 띄며 움직이고, 파란 하늘 아래로 차실茶室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이 흔들리며 소리 낸다. 얼룩 고양이는 따뜻하게 데워진 벽돌마당에 누워 기지개 켜느라 하얀 배를 다 드러내고, 바람에게 몸을 내어준 회화나무엔 잔 물결인다. 현관계단 옆의 스투파를 무너뜨린 건 고양이일까, 숙인재 마당 오가는 새들의 날개 품은 바람일까. 무너진 수투파를 다시 쌓아올리며, 런던의 봄비에 젖은 ‘아몬드나무가지’가 사라지고, ‘옥스포드 도서관의 비 맞은 납빛 돔’도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낭독이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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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없는 자리_3
“유제니 숙모 ―”그녀가 말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는 화장대를 쳐다보고 있었다. 밖에서 비치는 가로등 불빛에 하얀 천이 무척이나 하얗게 보였다.
“깨끗한 탁자 덮개라!” 파지터 부인이 언짢아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비용말이다, 델리아, 비용 ― 그것 때문에 걱정이구나―”
“괜찮아요, 엄마.” 델리아가 멍하니 말했다. 그녀의 시선은 조부의 초상화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궁금했다. 도대체 왜 저 화가는 할아버지의 코끝에 흰색 물감을 문질렀을까?
“유제니 숙모가 엄마께 꽃을 가져왔어요.”그녀가 말했다.
무슨 까닭인지 파지터 부인은 기뻐하는 듯했다. 생각에 잠긴듯한 그녀의 눈길이 잠시 전에 세탁 비용을 떠올리게 했던 깨끗한 탁자 덮개에 머물러 있었다.
(『세월』, 버지니아 울프, 솔출판사, 35쪽)
‘형식은 운명이다.’로 버지니아 울프의 글쓰기로써 버지니아 울프를 말해준 선배는, 인간의 삶에 더 가까운 글쓰기 형식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다. ‘타자의 삶에 부사적으로 존재 할 수 밖에 없다(지린)’는 인간의 삶을 안다는 것은, 왜 그토록 힘든 일일까. 왜 그토록 알 수 없는 일일까. '어렵게 배운 희망(선생님)'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처럼, 인간이 무엇인지,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를 배워나간다.
* 이 글은 천산족 모임의 후기입니다.
그 장소에서 어울려 듣고, 배우고, 말한 것들을 나름으로 정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