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제139회 속속
‘강강‘. 임미애.
저만의 건강법 이라면 첫 번째로 꼽는 것은 물론 저의 오랜 반려인 운전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강강의 소재로 삼기에는 여러 가지로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저는 운전이라는 도구로 내적인 건강을 살펴 왔다고 확신하지만, 이것은 생활에 내려앉히려 부단히 노력한 것도 아니며 운이 좋아 만나고 깊게 알게 된 것 뿐이니 아무래도 그 자격이 빈약합니다. 게다가 이것은 근육이나 혈관 같은 구조체로서의 몸에 작용하는 운동이라기보다는 감각과 신경 사이의 긴밀성을 단련하는 일종의 정신적 운동 같은 것입니다. 정신적 ‘운동’이라는 표현에서 이미 들켰듯이, 이 부분이 ‘운동’이라고 우기고픈 지점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인 너무나 개인적인 저만의 건강법이기에 객관적인 증명도 또 이를 설명한 언어조차도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이것은 저의 공부가 충분히 익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마침내 이것을 설명하게 될 그 날이 그리 먼 미래가 아니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러기위해 오늘 여기서 제가 해야 할 것은 우선 ‘몸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일 겁니다. 운전과 한 쌍으로 작동해야 하는 몸, 어쩌면 운전의 전후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몸’의 건강법인 골반 스트레칭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스트레칭이라는 흔한 건강법은 거창한 자기 관리의 세상에서 폼 날 것도 새로울 것도 없지만, 역시 그 ‘내용보다는 형식’이 몸에 작용하는 효과를 좌우한다고 배웠고 또 느끼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꾸준히 오래 해 봐야 그 효과를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을 매번 인정하고 끄덕이게 됩니다. 알고 있었어도 왕년에는 해 봤었어도, 지금 하고 있지 않으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 운동을 시작한 것은 대략 3년 전 쯤 입니다. 딱히 좋아할 이유가 없는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은 결국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었고, 그 원인은 그때로부터 다시 2년 전부터 쌓아 온 나쁜 버릇에 있었습니다. 저에겐 여러 면에서 변화의 시작이었던 5년 전, 삶의 장소와 패턴이 바뀌는 어떤 해방을 맞이한 저는 꼬박 2년 정도를 도서관과 집만 오가며 온갖 잡서를 읽어치우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복수의 냄새가 나던 그 무식하고 호기롭던 생활패턴은 자연스럽게 몸에 대한 비용을 청구합니다.
이미 15년 전 쯤 작은 사고로 디스크 판정을 받았던 저는, 수술을 피하기 위해서 온갖 운동의 세계를 방황하고 때때로 도입하면서 그럭저럭 허리를 보전하고 있는데요. 그때의 교훈을 뼈에 새기지 못했으니 여전히 미련했던 저는 무명(無明)의 대가로 목디스크 수술을 권유받기에 이릅니다. 고통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어서야 저는 패배를 인정하고 ‘생활을 재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 몸에 대하여 제가 가지고 있던 개념이라고는 ‘규칙적인 훈련’ 정도가 전부였던 ‘그 무렵‘, 어떤 인연의 연속으로 『동무론』을 만나면서, 어렴풋하게나마 생활과 몸의 ‘개념’을 배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보다는 오해로 읽었던 『동무론』이지만, 무지했던 저로서는 완벽한 이해가 오히려 위험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은 실마리 하나를 잡은 것 같다는 맘껏 한 ‘오해’가 겁도 없이 의욕을 부리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을 정하고 효과를 실험하면서 ‘좋은 몸’을 의욕 하던 것이 그 때쯤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추려진 몇 가지 운동법 중에 하나가 골반 이완을 위한 ‘다리 찢기’ 입니다.
먼저 다리찢기의 효과를 정리 해 보았습니다.
1. 혈액순환에 도움이 됩니다.
쓰이지 않는 근육은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근육에 노폐물이 축적되어 몸의 피로함이 증가하게 됩니다. 다리 찢기는 쓰지 않던 근육을 쓰게 하고, 근육 안에 있는 혈관의 혈압을 상승시켜줍니다. 이에 따라 혈관 속 노폐물이 제거되고, 피가 계속 순환되기 때문에 새로운 피가 꾸준히 공급 되어 몸의 활력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제 경우엔 혈액순환의 효과를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자세 교정에 도움을 줍니다.
고관절과 골반 주위에 있는 근육들을 이완 시켜 몸을 균형을 잡아줍니다. 운전도 그렇지만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자세가 몸에 좋을 리가 없습니다. 특히 골반을 바로 잡지 못하면 이것이 지탱하는 척추와 어깨가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허리 디스크, 안면 비대칭등도 모두 불균형한 골반이 파생시킨 결과일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목디스크 증세로 다른 운동도 병행하고 있지만 골반을 먼저 풀어주지 않으면 어깨나 목의 운동도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3. 슬림하고 탄탄한 다리를 가지는 데 도움이 됩니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풀어주어 더욱 매끈하고 탄력 있는 다리를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부종을 잡아주는데도 탁월합니다. 그런데 이 효과는 더는 미니스커트를 입을 동기가 없는 관계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실천할 차례입니다. 다리 찢기의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처음엔 꼼꼼하게 이 효과들을 누리리라는 욕심에 제법 존재감 있는 운동 방법들을 따라해 봤는데요. 물론 이것들은 시작하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지쳐버린 나머지 숙제만 잔뜩 밀린 채 무기력한 실패로 끝나곤 했습니다. 결국 저는 가장 쉽고 편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에 정착하게 되었는데요. 그것은 침대 위에서 누운 채로 하는 것입니다. 매일 잠들기 전에 10분 정도 하고 있지만, 이 외에도 운전을 오래했거나 다리가 무거울 때, 가벼운 책을 하나 들고 침대에 누워 작은 틈새의 기쁨을 만끽하기에도 좋습니다. 침대에서만 읽는 책을 따로 두고 조금씩 읽는 재미도 만만치 않으니 이것을 운동이라고 말하기가 미안할 지경입니다. 별 것 아닌 운동법을 소개하게 되어 민망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역시 핵심은 실천일 것입니다. 터무니없는 목표를 높게 걸어두기 보다는 바로 옆에 두고 오며가며 실행 할 수 있는 운동이 제게는 가능한 수준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꾸준한 실행과 그 속에서 만들어진 리듬을 느끼고 변주하는 것만이 건강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래의 그림과 같습니다. 벽과 침대가 만든 90도의 벽에 다리를 올리고 눕습니다. 이때 다리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림프계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첨부했던 그림을 함께 올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천천히 다리를 옆으로 벌리는데, 이 때 그저 중력에 맡기면 됩니다. 허벅지 안쪽과 무릎에 자극이 올 텐데요, 이때 억지로 힘을 주거나 욕심을 내서는 안 됩니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 기분 좋은 긴장감이 느껴지는 정도 까지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특히 이 동작은 펼 때 보다, 다시 돌아오는 동작을 할 때 더욱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합니다. 중력 덕분에 비교적 편안한 시간을 즐겼다면 이제 중력에게 그 대가를 줄 차례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때가 이 운동의 핵심일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이완된 근육을 다시 수축하는 비용의 지점에서 비로소 얻을 것이 생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강을 준비하면서 검색을 해 보니, 그동안 ‘다리 찢기’가 유행을 탔었나 봅니다. ‘다리 찢기 하루면 된다.‘ 라든가 ’단번에 다리 찢기’등 무책임한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물론 근육 파열등의 위험도 있지만, 단번에 찢어서 뭐하려는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리 찢기의 완성일 180도에 도달하는 것은 이 운동의 미션도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도달했다고 해도(도달했다고 해서) 이것을 놓아버리고 방치하면 금세 다시 돌아가는 것이 몸이기 때문입니다.
이 운동의 진짜 미션은 골반의 순환과 배열을 ‘유지하고 보수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몸과 관련된 습관이나 운동들은 얼마동안 만 꾹 참고 넘기면 되는, ’다시는 안 볼 사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차피 ’계속 봐야 하는 사이‘라면 이왕이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그러기위해서는 역시 생활이 바뀌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언제나 ’타자’인 몸을 바꾸는 일이기에 매번 자빠지고 뒤로 밀려나지만, ’새로운 시작‘을 붙들어 그 가능성을 이어 나간다면 실패를 두려워 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그 사잇길을 기어이 뚫어내고, 때때로 여유롭게 ’어장관리‘만 할 수 있는 ’몸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태도는 몸의 문제이고, 워낙 몸은 바뀌지 않는 짐승같은 놈이긴 하지만, 일단 바꿀 수만 있다면 적은 투자로써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획인 것이다.”- K선생님, 『동무론』 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