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숙>, 2023년
<장숙>이 어느새 만 5년째를 넘기고 있군요. 2022년은 집심과 희망을 품고 나와 함께 공부하는 숙인들의 성취가 어느 해보다 돋보였습니다. 몇몇은 성인(聖人)의 꿈을 꾸기 시작하였고, 몇몇은 분명한 자득의 결실을 드러내면서 공부길의 자세를 한층 더 단단히 여몄지요. 또 몇몇은 과거의 모습을 탈각(脫殼)한 채 불반기초(不反其初)의 실제를 훌륭히 증명하기도 했군요. ‘타인의 선생’이라는 불가능한 짐을 진 나 역시 내 부족함을 모른 체하며 잠시 보람을 얻습니다.
총론적으로는 긍정적이나 각론에서는 길이 멉니다. 어학만 해도 다섯(한글, 한문, 중국어, 일본어, 영어)을 요구하였지만, 필수과목인 한문과 영어에서조차 여전히 깨작거리고 있는 이들이 있어요. 글쓰기는 아예 관심이 없는 이들이 적지 않지요. 세부전공의 실천에서도 큰 성취가 보이지 않고, 나쁜 버릇을 없애며 좋고 이기는 버릇을 착실히 유지하는 생활양식의 면에서도 다시 흘개를 단단히 조일 필요가 있어요. 암기노트를 강조한 게 수년 째이지만 그 效應을 누리고 있는 숙인은 많지 않군요. 낭독이니, 응해서 말하기니, 經行이니, 장소화니, 죽어주기(賢服支)니, 別講이니, 愼獨이니, 寂敬이니, 四隣의 윤리니, 하는 등등의 장숙 공부법에 충분히 몸을 담그지 못하는 이들이 있으니, 스스로를 채근하고, 장숙공부의 뜻과 자신의 욕망을 다시 준별하기 바랍니다.
2023년 새해의 공부에서도 자득(自得)이 으뜸입니다. 자득은 문화(文禍)와 허무를 넘어서는 정신적 존재의 쾌거이며 자기구제의 전망입니다. 실로 자득은 공부의 바다에서 얻는 생명줄이 아닐 수 없지요. ‘정신이 자란다’는 희망은 자득으로 만들어가는 뜨개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성인이든 부처든 신선이든 군자든, 죄다 정신이 자라면서 얻는 ‘나보다 큰 나’의 선물이며 초월의 풍경인 것입니다. 5년을 넘기는 <장숙>은 이제 각자의 공부길과 그 자득의 스투파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할 때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갖은 자득의 경험이 숙인들의 어울림과 비평 속에서 다져지는 새해가 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