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할 수 있었다면,
초담
*자격
말을 배우며 품은 ’자기 지향(志向)‘과 결부하여, 혹은 인간에게 말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포괄하여 말하지 않고, 말하기‘의 방식을 타인에게 소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적은 양의 글로써 해갈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다만, 한정된 지면과 제한된 시간, 부족하고 미진한 스스로를 낱낱이 밝히면서도 타인의 ‘말하기’에 작은 도움이 된다면! 이라는 ‘말’을 딛고, 자연어로서의 말이 아닌 수행적 말로서 그 지향을 향하여 ‘말을 할 수 있었다’면, 그 방식이 된 의지(意志)를 몇 가지 적어 본다.(본문 중 의지라는 어휘의 선택은, 완결되어 존재에 구성적으로 결착시키지 못한 ‘못남’의 고백이다.)
“인생에 관한 한 모든 것은 삶이므로, 비록 영혼의 존재를 증명할 도리는 없지만, 영혼을 생성시키고 보우(保佑)하는 삶의 양식을, 정신의 양식을 선택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 양식의 매우 중요한 일부는 말을 어떻게 돌보는가 하는 데 있는 것이다.”
<자본과 영혼, 선생님, 글항아리, 80쪽>
*지향(志向)
- (外)발화된 말(言語)이 ‘타자성을 띄며’ 존재의 안팎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이미 세상 밖으로 나와 타자(발화자에게도)가 된 ‘말’은 발화자의 의도와 생각(마음)을 혹은 의지와 맥락을 벗어나기 일수 이다. 그래서 말이 말로써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타자에 가 닿았는가, 사린(四隣)을 돕고 있는가의 문제는 발화주체의 영역 밖 일이 되며, 동시에 발화된 장소의 유일성과 특이성을 좇아 발화자를 (존재)이동시킨다. 이는, 말하기에 앞서, ‘조심할 수 있는 섬세함’과 ‘총체적이라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함의한 바가 무엇인지를 알게 하며, 무엇보다 인간의 ‘말 할 수 있다‘라는 상식(常識)이, 인간(존재)이동의 가능성이자, 갈고 닦는 수행적 배움의 차원을 넘어선 어떤 ’미래적 사건‘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 (內)더욱이, 말을 (잘)한다는 것은, 그 현장에 터한 응하기로서, 존재와 존재가 선 그 장소에서의 ‘대화의 결’이자 ‘돕는 말(무엇을, 어떻게, 왜 돕고 있는가를 다 말할 수 없지만)’이기에 안팎으로의 상호작용이 요구되며, 잘 조직된 말이 짜내는 정신(영혼)의 향배(向背)는 타/아(不二)적 확장과 재구조화의 연쇄로 나아가 타/아의 “영혼을 생성시키고 보우하는” ’열린 정신‘을 향한 ’부름‘이 된다.
*지향을 향한 의지(意志)
1. ‘몸의 자세에 동반되는 수동적 긴장의 상태 : 이는 말이 생성되는 곳이 몸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몸의 형편에 따라 마음이 느슨해지고 긴장됨이 달라지며, 말이 타고 올라오는 길을 바꾸어 말의 생성과 조합이 달라지게 만든다. 준비 된 말이 아닌, 현장에서의 생생한 말을 해야 할 때, 특히 그러하다(글을 쓸 때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공부자리에서는 몸의 긴장성을 놓치지 않으려 자세가 무너지지 않게 조심한다. (무릎 관절이 허락하는 한)무릎을 꿇고 앉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는 듣기에도 유용하다.)
2. 이론의 암기_ 숙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방식과 효익(效益)이기에 상설을 피한다. 다만 일상에서의 구체적 실천을 밝힌다면, (배운 대로) 암기노트를 수시로 만들어, 외투 주머니와 가방에 하나씩 상비하여, 산책하거나 운전할 때 틈틈이 들여다보고 입으로 소리 내어 암송한다.
3. 격(隔)_ 격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틈이다. ‘좋아하고 싫어하며’ 심리로 밀착된 사람사이에는 신신(新新)한 어휘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새 말이 유입되는 것이 막히면, 바람처럼 불어오는 환기되는 정서를 만날 수 없고, 새로운 관계를 조형해 나아가는 변화의 지점이 막힌다. 그래서 격 없는 관계는 구조적 자아 변동이 불가능한 관계로, 자기심리의 반향으로서 과거적 타/아를 강제하는 구조로 맞물린다. 자기 심리(생각)적 지형, 혹은 자기합리의 자동성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발 묶여 있는 자아가 새 말을 불러올 수 있을리 만무하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동학이 여전히 심리로 연결되어 있었다면, 과거의 동학을 만나는 꼴이니, 이미 바뀐 그녀/그를 만날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을리 없다. 헤어져 있는 동안, 공부하여 바뀐 동학을 만나, 앞으로 나아가는 말을 하려면 관계 사이에 격이 있어야 한다. 방식은 헤어질 때 야무지게 헤어지고, 혼자 있는 일상에서 다만 공부하는 것이다. 그후 만난 동학은 반갑지만 낯설다. 기존의 것이 아닌 다른 말(대화)을 하게 한다.
4. 그 외_ 말하기 전에 곱게 바라보기, 조사사용에 유의하며 말하기, 배운바를 말 할 수 있는 실험의 장 만들기, 발화되는 말에 집중하기, 낭독하기, 새로운 어휘를 만나며 독서하기(특히 문학작품), 조리 있게 말하고 적확한 어휘를 사용하려 의식하며 말하기, 듣고 말하기, 일상대화 속에서도 상투어, 관용어에 빠지지 않도록 단속하기, 시 읽기(특정장소를 정함), 구차하고 거친 말이 있는 장소에 가지 않기 등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