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보기
"숙인맹진이 끝나고 어느 날 낮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책상위에 놓여져 있는 선생님의 글귀와 다기들, 책들이 조명을 받으며 차분하게 있었습니다.
이것은 숙인맹진 이후 달라진 시선인 것 같았습니다." (수잔)
선응(善應)의 처음은 ‘곱게’ 보는 데(그리고 곱게 만지는 데) 있다. 기분이나 기운조차 면면이 이웃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이미 과학이 된 지 오래다. 뭇 존재는 매개이며 타자에게 전(傳)하는 통전적 과정이지만, 우리는 대개 이것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지혜는 내가 주위에 무엇을 ‘전하고’ 있는가를 깨단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공부를 하면서도 시선이 질둔하거나 심지어 완악한 이들이 많다. 표정에 부정적 정서가 얹힌 이라면 학인으로서는 이미 낭패다. 물사(物事)를 예리하고 성찰적으로 살피면서도 시선은 늘 화완(和緩)해야 한다. 그래서 ‘달라진 시선’은 자득(自得)의 계기이거나 징표로 보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