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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5 15:37

淸以吟 7회 詩

조회 수 163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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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광나무 꽃(Mock Orange)


                                                                                         “너도 나처럼 편안하게, 빛으로 채워져, 반짝이기 위해,

                                                                                          세상에 온 거야.”

                                                                                         “and you too have come into the world to do this, 

                                                                                           to go easy, to be filled with light, and to shine.”




When I am among the trees

                                   Mary Oliver

나무들 사이에 있을 때

 

When I am among the trees,

especially the willows and the honey locust,

equally the beech, the oaks and the pines,

they give off such hints of gladness.

I would almost say that they save me, and daily.

나무들 사이에 있을 때,

특히 버드나무와 주엽나무

너도밤나무, 떡갈나무, 그리고 소나무들,

그 나무들이 기쁨의 기미를 뿜어내어

매일 나를 살려낸 건 나무들이라고 말할뻔 했어.

I am so distant from the hope of myself,

in which I have goodness, and discernment,

and never hurry through the world

but walk slowly, and bow often.

Around me the trees stir in their leaves

and call out, “Stay awhile.”

The light flows from their branches.

, 선한 마음과 통찰력을 가져,

서둘러 세상으로 가기보다

천천히 걸으며, 자주 인사 나누고 싶은,

소망과는 너무 멀리 있지만,

내 주위 나무들이 잎을 수런거리며

잠시 머물러봐.”라고 말할 때,

가지에서는 빛이 흐르지.

And they call again, “It's simple,” they say,

“and you too have come

into the world to do this, to go easy, to be filled

with light, and to shine.”

그리고 나무들이 다시 내게 말하네. “어렵지 않아.”

너도 나처럼 편안하게, 빛으로 채워져, 반짝이기 위해,

이걸 하기 위해 세상에 온 거야.”





Mock Orange

                               Louise Glück

고광나무꽃(오렌지 꽃이 활짝 피었을 때의 향기와 비슷한 향이 나서 mock orange라고 함. 꽃에서 오렌지향 혹은 재스민 향, 시트러스향이 나는데, 열매는 먹을 수 있긴 하지만, 식용으로 별로 쓰이지는 않는다)

     

It is not the moon, I tell you.

It is these flowers

lighting the yard.

 


당신께 말하건데,

뜰을 밝히는건

달이 아니라 꽃들이예요.

 

I hate them.

I hate them as I hate sex,

the man’s mouth

sealing my mouth, the man’s

paralyzing body

 

나는 그 꽃들을 싫어해요.

섹스를 싫어하듯 말이죠.

내 입을 막는 그 남자의 입, 그의

경직되어 가는 몸-

 

and the cry that always escapes,

the low, humiliating

premise of union

 

그리고는 항상 달아나는 신음,

그 저열하고 모욕적인

합일의 전제.

 

In my mind tonight

I hear the question and pursuing answer

fused in one sound

that mounts and mounts and then

is split into the old selves,

the tired antagonisms. Do you see?

We were made fools of.

And the scent of mock orange

drifts through the window.

 

 

오늘 밤 내 마음 속에서

대답을 찾는 질문이

하나의 소리로 모여

커지고 커지다가 마침내

낡은 자아들로, 나른한 적대감으로

나뉘는 소리를 들어요. 당신도 아나요?

우리는 웃음거리가 되었고

고광나무꽃향은 창가를 떠돈다는 것을.

 

How can I rest?

How can I be content

when there is still

that odor in the world?

어떻게 내가 쉴 수 있나요?

세상엔 아직도 그 냄새(향기)가 여전한데

어떻게 내 마음이 편안할 수 있나요?

  • ?
    윤경 2022.12.05 15:55

    나무에 대해 말하는 두 시인의 시가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니요! 선한 시와 그 너머 혹은 이웃하는 미학적인 시, 다양한 시인의 시를 읽어가며 어떤 시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지, 가만히 귀기울여 보기를요.

  • ?
    윤경 2022.12.06 17:10

    이번 청이음에서 나눈 루이스 글뤽의 시가 좀 어려운 듯하여 여러번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혹시 이런 의미일까 싶어 전해봅니다. 


    고광나무 앞에서는 함부로 사랑하지 마라


    환하고, 믿음직스런 메리올리버의 시에 비해, 루이스 글뤽의 시에서는 원인 모를 불안이나, 불만족이 스쳐 지나가는 듯합니다. 시의 제목인 고광나무는 하얀 꽃잎이 밤에도 빛난다는 뜻에서 비롯된 이름이며, 영어 이름인 mock orange는 꽃이 활짝 피었을 때 은은한 오렌지 향기와 비슷한 시트러스 향이 난다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봄에 피는 고광나무꽃은 흰 찔레꽃을 닮은 듯 수수하여 서양에서는 집 울타리로 많이들 심는다고 합니다. 꽃말은 추억, 기품, 품격이라고 하니 이 시의 화자가 현재 놓인 상황-한 남성과의 성적 결합의 상황-에는 꽤 어울리지 않는 형식의 식물로 여겨집니다.
       봄밤, 고광나무 꽃이 수수하게 피어 달빛을 대신하듯 밝습니다. 화자는 그 기품 있는 꽃을 싫어한다고 말합니다. 꽃을 싫어해야 할 어떤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말해지지 않고, 다만 섹스가 싫듯 그 꽃이 싫을 뿐입니다. 어쩌면, 섹스가 싫기 때문에 그 꽃이 싫어졌을(부담스러워졌을) 수도 있습니다. 

       한 남자와의 성적 결합이 환희의 순간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통, 사랑을 통해 기대하는 부드러움과 달콤함, 충일감이 아닌, “내 입을 막으며, 뻣뻣해지는 그의 몸”과 섞이는 과정이 “모욕적으로” 느껴지다가 마침내는 “낡은 자아”로 분리되고야 마는, 그리하여 사랑 후 남는 것은 상대방을 향한 “나른한 적대감”뿐인, 그런 사랑이라니요. 이러려고 사랑을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봄밤, 단아하게 피어있는 고광나무 꽃 아래,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몸을 합쳐야 하는 상황이 어느 정도의 괴로움, 분열일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그 때 고광나무 꽃이 아니라 붉은 장미꽃이 무더기로 피었더라면 남자와의 결합이 덜 괴로웠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노골적인 붉은 장미 앞에서는 내 마음을 숨긴, 내 마음과 다른 행동을 한다 하더라도 조금은 덜 죄스럽게 여겨지지 않았을까요. 활짝 핀 고광나무는 화자에게 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은 것이었을까요. 너무나 환히 나를 비춰주어 그 꽃 앞에서는 마음과 어긋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거울.
       이런 생각에 이르니 윤동주의 '서시'와의 겹침이 보이네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윤동주의 화자처럼. 봄밤 단아하게 핀 '고광나무 꽃' 아래서는 자신을 속이는 거짓사랑을 해서는 안될 것 같은 화자의 마음이 전해옵니다. 하여 당신이 그 혹은 그녀(애인이라고 하는)를 사랑하는지를 잘 모른다면 봄밤, 고광나무 꽃 아래에서 확인! 해 볼 일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겨울이라 고광나무 꽃피는 봄밤을 많-이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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