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 무사시의 칼은 정면돌파다. 신은 거룩하나 거기에 의지하지 않는 한 인간으로써의 정면돌파다. 생각이 공부가 아닌 그 틈을 향해 관념의 변덕은 용서할 수 없도록 오로지 자신의 박자와 리듬에 충실하며 그러나 결코 긴장하지 않는 무사의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몸을 끄,을,고 가는 그 차분한 빈 자리! 글 쓰는 문사들은 부끄럽다. 죽지 않기에 가능한 때로는 비겁한 문사들의 글쓰기는 엄살과 과장, 허영과 욕망으로 부글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흐르지 않았던 어떤 글쓰기는 나를 넘어서 낯선 타자와의 응시를 가능케 한다는 희망을 건넨다. 더 이상 친밀할 수 없는, 친밀하지 않아도 좋은, 친밀을 넘어선 그리하여 개입을 통한 오해의 인식을 성숙으로 일궈낼 수 있는 고통스러운 글쓰기는 겨우 시작된다. 그 “깊고 고요한 밤, 나는 써야만 하는가?” 를 수없이 되물었던 날들, 그저 슬픔뿐인 정서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였던, 나는 목숨을 내걸고 그 선연한 핏빛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는 자괴감을 이제는 거두기로 한다. 무뎌진 칼의 어리석은 앎의 무게로는 한 발짝도 그대에게 닿지 못한다. 그대를 구하고 나를 죽이는 일, 나를 통과하여 그대에게 닿는 일, 나와 그대의 경계가 사라지는 그 순간, 앎이 삶과 어우러진 그 자리의 빛나는 상처는 차라리 구원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