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세명인(4) 핸드폰: 문(門)/창(窓)인가, 거울(鏡)인가?
뇌 발달 막는 스마트폰…집중력·충동 조절·언어능력 저하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쓰는 청소년과 그렇지 않은 청소년의 뇌에는 차이가 있을까.
서울성모병원에서 인터넷게임 및 스마트폰 중독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치료·연구하는 김대진 가톨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지난달 2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쓰면 뇌에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8년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과 관련된 뇌의 연결성 변화를 연구했는데, 그 결과 충동 조절·억제 등 인지 조절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안와전두피질)과 주의·집중력에 관여하는 곳(배측대상회피질) 간에 기능적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청소년 38명과 건강한 대조군 42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런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최신 정신과학’(Frontiers in Psychiatry)에 실렸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청소년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충동 조절, 행동 조절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이유는 ‘도파민’의 영향이다. 우리 뇌의 측좌핵과 복측피개에 걸쳐 있는 보상회로에서는 쾌락과 보상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스마트폰 자극은 도박·마약과 같은 다른 중독행위처럼 도파민 용량을 치솟게 한다.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뇌는 비슷한 자극이 반복되면 도파민을 적게 생산하거나, 도파민에 반응하는 수용체 수를 줄이는데, 결국 뇌가 동일한 쾌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자극을 필요로 하는 형태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변화로 스마트폰 중독이 발생한다.
아동·청소년기 스마트폰 과의존에 따른 뇌의 변화는 외국에서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분야다. 2018년 미국 CBS 방송의 심층 보도 프로그램 ‘60분’은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 연구진이 9~10살 미국 어린이 4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뇌 자기공명영상(MRI)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디지털 기기를 하루 7시간 이상 사용하는 일부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에 비해 대뇌피질의 두께가 얇다고 보도했다. 김 교수는 “대뇌피질, 특히 전두엽 피질의 부피는 10대 초반까지 증가하다가 이후 줄어든다. 디지털 기기를 오래 사용하는 어린이들의 피질 두께가 또래보다 줄어들었다는 것은 한창 피질 두께가 증가하는 시기에 조기 성숙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며 “뇌가 발달해야 할 시기에 발달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과의존·중독은 특히 언어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김 교수가 2017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당 평균 31시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청소년은 평균 14시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청소년보다 언어 처리에 관여하는 두정엽내구와 내측전두엽 간 기능적 연결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김 교수는 “다른 연구에서도 인터넷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언어지능 점수가 떨어지고 (언어 처리 등에 관여하는 영역의) 뇌 부피의 증가율이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한겨레 2024-01-15>
의제) 2010년 삼성과 LG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과 새로운 모델 출시로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기 시작하였고, 2018년 7월 스마트폰 가입자는 이미 50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스마트폰은 현대사회에서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으며, 통신, 정보 검색,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편리함으로 인한 스마트폰의 과사용은 중독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신체적인 문제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 및 인간의 정신마저 달리 끌어가는 이것은 청소년이라는 특정 연령층만의 문제가 아닌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핸드폰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핸드폰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있습니다. 사회 병리적 증상을 보이는 핸드폰의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떠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