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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강의에서는 어리석음의 형식을 탐색합니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우선 어떤 형식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형식의 우물에 빠져있기에, 나오기는 고사하고 그 사실을 깨단하기조차 어렵지요. 그야말로, 자기간섭의 역설에 먹혀 있는, ‘병 속의 파리와 같은 신세가 적지 않습니다. 형식()은 그 속에 명암과 예둔(銳鈍)을 동시에 안고 있지만, 어리석음이야말로 인간이라는 형식의 대표적인 주박(呪縛)입니다. 어리석음에 주목하는 것은 공부의 본령(本領)과 가치를 다시 새기고, 이를 자신의 인생을 구제하는 지혜와 힘으로 재구성하기 위해서입니다. 내부경쟁용의 기능이나 상징자본의 일종, 혹은 문화장식으로 전락한 작금의 인문학 풍토에서 송두리째 빠진 것은 자기구제의 공부입니다. 인생의 전부를 공부길로 여기거나 24시간 공부(無時也非工夫)를 말할 수 있다면, 스스로의 삶을 돌볼 수 없는 공부에 대체 무슨 뜻이 있을까요.

 

어리석음이 형식을 이루고, 그 형식의 힘으로 끝없이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지성을, 나는 생각이라고 불러 왔지요. 그러므로 생각은 공부가 아니라는 내 지론은 에고의 강박적인 자기되먹임 형식을 해체하려는 시도였습니다. 긴 세월 내가 즐겨온 산책이라는 메타포는 바로 이 비평적 실행을 가리킵니다. 모쪼록 이 짧은 시간을 더불어 나눔으로써 어리석음의 고리를 끊고 자기만의 자유를 찾아가는 공부길에 좋은 실마리가 생기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