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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3 15:10

나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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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주로 하는 속속 공부는 너무 빨리 다가온다. 책을 온전히 읽고 간 적이 많지 않다.

  집에서는 불량주부고 속속에서는 불량학생이다. 다행히 집에서도, 속속에서도 쫓겨나진 않았다.

불량주부는 어쩌다 취미로 하게 된 그림에 빠져들면서 집안 살림을 등한시 한 나에게 남편이 지어준 것이고, ‘불량학생은 속속에서 공부(복습)를 전혀 하지 않아 k님이 지어준 말이다.

   결혼 초에 남편에게 아주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그 여백을 그림으로 채웠다. 그 뒤 두 남자(남편과 아들)가 능숙하게 하는 집안일은 나에게 질투와 부러움을 가져왔다. 이젠 나도 쫓겨날 염려는 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학창 시절부터 생긴 나쁜 버릇들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머리카락을 한 올씩 뽑는 것과 같은 책을 두 번씩은 읽기 싫어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지 않는 변명으로 충분하다.

   머리카락을 뽑는 버릇은 중2때 생겼다. 그 이유를 밝히기엔 서술이 길다. 지금도 책 읽을 때면 어느덧 손이 머리에 가 있다. 그땐 몰랐지만 집중이 안 되는 이유로 생각한다. 출근시간에 틈틈이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 것이 편안하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지하철 안에서까지 머리카락을 뽑지는 않는다. 그 연유로 지금 남들보다 머리숱이 훨씬 적다. 고민이다.

집중과 영혼을 틈틈이 다시 읽고 있다. 매번 새로운 활자로 다가온다.

   처음 그림을 시작할 때 내 그림은 남편과 아이의 좋은 놀림감이었다. 지금 그들은 내 그림에 대해 웃지 않는다.

   공부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작년 속속 공부한다고 했을 때도 식구들은 웃었다. 몇 개월 다니다가 그만 둘 거라고 장담했단다. 1년이 지난 지금, 난 여전히 큰 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공부 하러 간다.

  “한 십년 죽으라고 쫓아다니니까 비로소 선생님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다석(多夕) 유영모(1890~1981)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김흥호 선생이 자신의 공부 경험을 되새기며 K님에게 한 말이다-공부론, P89)

   “제 마음대로 구는 짓이 즐겁지 않을 때가 오면 그제서야 공부의 기별을 받은 셈이다. 이는 자유에 대한 다른 감각을 얻는 일과 닮은 체험이다. 그러나 그런 기별은 대체로 이미 늦었다. 그렇기에 공부는 진작에 강제로(勉強)’, 가까스로 하는 것이다. 그것을 일러 공부(勉強, べんきょう )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복종이 미덕이 되는 경로도 이렇게 생성될 뿐이다. 공부가 즐겁다는 것은 역()-증상이다. 공부가 즐거운 것, 복종과 의무를 즐길 수 있는 것, 그리고 좁은 길이 잘 보이는 것은 자아가 증상인 세속 속에서 증상을 넘어선 자아의 빈터를 흘깃 드러낸다.” (복종과 의무를 즐길 수 있는가-k님 블로그 글. 2018.4.16)

 

  이 공부가 언젠가는 내 몸에 생활양식에 그대로 내려앉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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