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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핀란드의 언어학자 람스테트(G.J. Ramsteadt, 1873~1950)에 따르면, 이른바 알타이語族는 한국어, 터키어, 몽골어, 퉁구스어군을 포함하고, 그 기원지는 만주의 실질적인 경계선인 흥안령(興安嶺) 산맥 근처라고 한다. 알타이 단일어족은 대체로 bp(before present) 4,000여년 전까지 계속되었다고 여긴다. 산맥의 북동쪽에는 퉁구스인, 남동쪽에는 한국인, 북서쪽에는 몽골인, 그리고 남서쪽에는 투르크인이 살았다. 그는 특히 한국어는 이 어족으로부터 상당히 이른 시기에 분리되어 나왔다고 주장한다.


1-1. 알타이어족에 공통되는 음운론적 특징은 모음조화와 두음법칙이며, 문법적인 특징으로는 교착성(膠着性)(교착어/고립어/굴절어)이며, 둘째는 모음/자음 교체가 없고, 세번째는 관계대명사와 접속사가 없고, 마지막은 부동사(副動辭)가 있다는 것 등이다. 


2. 한국어, 그리고 일본어의 계보에는 불분명한 구석이 여전히 남아있다. 종래에는 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게 일반적 통설이었지만, 근년의 연구성과들은 한국어-일본어는 알타이어족이 아니며, 독자적으로 생성, 이동하였다는 주장에 더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둘러싸고 있는 논의들을 여전히 애매하고 비확정적이다. <네이처>지(2021년)에 게재된 논문('Triangulation supports agricutural spread of the Transeurasian languages')(이하 TT로 약칭)에 의하면 한국과 일본은 약 9,000(bp) 년전 西遼河 분지 지역의 거주민들 속에 공통의 조상을 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공통의 조상들이 서요하 지역에서 한반도를 향해서 이동해 들어온 것은 약 5500(bp)년 전으로 본다.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의 경우에도 그의 책 <The World until Yesterday>에서 한국어와 일본어가 나늬게 된 시점을 대략 여기에 맞추고 있다. TT의 언어학적 분석방식에 의해 추출된 결론도, 원(原) 한국어-일본어의 공통되는 뿌리가 원(原) 트란스유라시어에서 분리되어 나온 시점을 5458(3335-8024, hdp) 년으로 지정하고 있다.  


3. TT의 주된 논점은, 이른바 목축민 가설(pastoralist hypothesis), 즉 트란스유라시아 지역의 종족과 언어가 유목민들의 이주 경로를 좇아 확산되고 이동하였다는 종래의 주장을 논박하고, 농민 가설(farming hypothesis), 즉 트란스유라시아 지역의 언어들의 주된 조상과 그 확산의 기원이 초기 신석기 시대 이후 동북 아시아를 건너 이주한 첫번째 농민들로 소급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논문은 언어학, 인류학, 그리고 유전학의 최신 방법론을, 삼각측량법(triangulation)의 형식을 통해 상호 보완적으로 겹쳐 사용함으로써 그 논지를 증명하고자 한다. 서요하 지역에서 한반도와 일본으로 전파된 경로의 경우, 초기 신석기와 후기 신석기및 청동기의 두 차례에 걸쳐 분화하였는데, 초기에 재배되거나 사육된 농작물과 가축은 기장(millet)과 개/돼지였으며, 후기에는 중국 쪽에서 유입된 쌀, 밀, 보리, 그리고 양과 말 등이 있었다. (TT에 의하면, 청동기 시기인 3300bp에 요동과 산동 지역의 농부들이 한반도로 이동하면서 쌀과 보리, 그리 밀 농사도 함께 전파되었다고 한다.)


4. 그러므로 약 9,000(bp)년 전, 西河 분지 지역을 트란스유라시어 언어의 기원지로 보는 게 타당해 보이고, 한국어(+일본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1987년 이후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발굴한 소하서촌(小河西村)의 소하서유지(소하서 문화)에서는 최초의 '빗살무늬토기'(栉纹陶器, Comb-pattern Pottery)가 발굴되었는데, 연대측정 결과 역시 약 9,000(bp)년으로 확인된다. 이는 한반도의 초기 신석기 유적인 강원도 고성군의 문암리와 오산리 유적(8,000~bp)에서 발굴된 빗살무늬 토기와 거의 차이가 없다. 빗살무늬 토기와 더불어 한반도와 서요하 지역을 계보적으로 잇는 유물은 옥결(玉玦, 옥으로 만들어 허리에 차는 고리)(8,000bp), 

적석묘(積石墓)(8,000bp), 치성(稚城)(4,300bp), 그리고 비파형동금(琵琶形銅劍)(3,000bp) 등이다. 그런데 이 유물들은 한반도 지역에 추후 광범위하게 확인되고 있는 것들이지만, 한어(漢語)와 티벳어의 기원지인 황하문명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물론 이러한 논의는 이른바 중국 정부가 공세적으로 펼치고 있는 '동북공정'의 이념적 허구성을 잘 보여준다.) 옥결과 적석묘 등은 특히 흥륭와문화(興隆窪文化)(소서하 문화의 서쪽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굴되었는데, 이들 유적의 이동로와 분포도, 그리고 이른바 동이(東夷) 문화권을 비교하면서 살피면, 응당 요하문명과 한반도의 상고사를 연결짓는 매우 현실적인 상상력을 촉발시킨다. 


5. 우리 민족의 샤마니즘적 전통을 얘기할 때마다 시베리아 기원설이 유력하다. 시베리아 지역의 샤만들은 사슴뿔로 만든 관(冠)을 썼는데, 이를테면 신라의 금관도 이 사슴뿔 모티브에서 생겼다는 것이다. 이른바 '북방민족 도래설'이다. 그러나 TT에 의하면 한민족의 문화전통적 기원은 북방이긴 해도 시베리아가 아니라 遼河의 서쪽 분지 지역이다. 샤마니즘을 매개로 시베리아와 한반도를 연결짓는 것은 '문화적 차용(cultural borrowings)'의 현상으로 따로 분석해야 할 것이다. 


5-1. 그러나 1980년 대에 널리 이루어진 '미토콘드리아 DNA 연구'에서 알려진 바, 한반도인의 DNA 분석에 따르면 북방계는 불과 20%이며 남방계가 압도적이었다. 이것은 TT의 결론과 배치되는 듯하다. 한반도의 남단 섬지방에는 죠몬(繩文)계 유전자가 현저하게 나타나고, 예를 들어 욕지도의 경우에는 거의 압도적인데, 이는 문화사회적인 이동과 가차(假借)의 영향으로 보는 게 적절할 듯하다. TT에 따르면, 3,000(bp) 년 경 산동과 요동 지역에서 한반도로 이주한 농민들이 다시 일본의 큐슈(九州)로 옮아가게 되는데, 이로써 죠몬계가 야요이(弥生やよい)계로 바뀌게 되며, 더불어 일본어도 독자적인 위상을 지니게 된다. 야요이 시대 구분은 논란이 많지만 대체로 기원전 7세기에서 기원후 3세기 경으로 보는 편이다. 고구려말이나 백제말을--(고구려 bc1세기~ad668/ 백제bc18~ad660)--일본말과 실질적으로 관련시키는 학자들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주장들은 전술한 역사계보학적 배경을 놓고, 조심스럽고 가설적으로 그리고 넉넉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본인의 계보를 타이완으로부터 해로를 타고 이전한 오스트로네시아인들로 보기도 하였지만, 이 가설은 대체로 부정되고 있다. 어쨌든 TT를 포함한 근년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과 일본인은 약 9,000(bp)년 전 서요하 지역에서 동조(同祖)를 나누었고, 언어도 약 5000(bp)년 전부터 서서히 분리되기 시작하다가 3,000(bp)년 이후부터 이루어진 지리적 분리에 의해 완전히 나누어지게 되었다


6. 요하문명의 꽃이라 불리는 홍산(紅山)문화(bp6500~)와 그 후기에 속하는 우하량(牛河樑) 유지의 유적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고대사에 대한 새로운 사실과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초기의 적석묘에 이어 피라미드식의 거대한 계단식 적석총(積石塚)이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중국의 황하나 장강문명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 묘제(墓制)는 만주 일대의 청동기-철기 시대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후에는 고구려, 백제, 가야, 신라, 일본의 묘제로 연결된다. 홍산에서 처음 나오는 계단식 적석총은 이후 인근 지역에 지속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돌무덤으로 이어져 왔으며 고구려의 등장과 함께 극적으로 재등장한다. 한편 홍산인들의 유골에는 편두(偏頭) 관습이 나타나는데, ()나라 이후 중원지역에서는 편두가 보이지 않으며, 한반도의 변한, 진한, 신라, 일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하(富河) 문화(bc5,200)에서 발견된 골복(骨卜) 제도는 중국에서는 주나라 중기 이후에 사라지지만 한반도에서는 청동기에서 통일신라시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역시 동이족 문화의 일부로 요하문명과 한반도의 계보적 관련성을 보여준다


7. 우실하 교수가 정리한 우리 학계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요하 일대에 중원의 황하문명과는 전혀 이질적이고 새로운 요하문명이 있었고, 그 주도 세력들은 우리 민족의 선조들과도 연결된다는 시각을 바탕으로 동북아시아 상고사를 다시 앍어야 한다.” 2. 이러한 사실은 단군조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고한다. 단재 신채호는 한국과 중원의 세력이 고대로부터 동북아의 패권을 다투면서 경합해왔고, 특히 중화사대주의를 벗어나서 단군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역사와 문화를 제창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 바 있다. 3. “요하문명, 홍산문화 지역을 중심으로 좌로는 중원으로, 우로는 한반도로 연결된다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것을 ‘A자형 문화대’(소병기의 Y자형 문화대)라고 부른다.” 4. “한반도 중심의 역사관을 만주와 몽골초원으로 확대하고, 더 넓게는 중앙아시아의 메소포타미아 지역까지 넓혀서 교류와 이동의 역사관으로 새롭게 우리의 상고사를 바라보아야 한다.” 5. “한반도의 고고학에서도 중국 학계에서 사용하는 흥륭화문화, 홍산문화 등과 같은 시기별, 단계별, 고고학 문화의 설정이 절실하다. 필자는 요하문명에 대해 연구하면서 중국에서 분류하고 잇는 소하서문하(bp9,000)흥륭와문화(bp8,200)조보구문화부하문화(bp7,200)홍산문화(bp6,500)소하연문화하가점하층문화(bp4,300)하가점상층문화(bp3,000) 등 시대순으로 이어진 고고학문화 유형의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6. 중고등학교에서 요하문명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7. 옥기(玉器) 전문가를 길러야 한다. 요하문화, 홍산문화에 대한 연구는 고대 옥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는 접근하기가 어렵다. 8. 단군조선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8. 중국인들의 신화적 조상들 가운데 중요한 인물들이 왜 동이족으로 기록되어 있는지, 이제는 요하문명의 발견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인류의 조상으로 八卦를 그렸다는 태호 복희씨(伏羲氏)로부터 동이족으로 기록되어 있을 정도다. 일부 학자들은 중국인의 조상이라는 황제족 자체를 동이족이라고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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