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2.03.03 16:28

essay 澹 3. 安寧

조회 수 31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ssay 3.  

 

“I’m not fully known to myself. 'cause part of what I’m is the enigmatic traces of others”(Judith Butler)

 

1. ‘그 복사기의 이름은, R-2025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R-2025, 다수의 똑같은 모양과 성능으로 생산 된 제품의 모델명 이다. 침팬지를 사랑하여, 차마, 침팬지에게 실험체 번호를 붙일 수 없었다던 어느 동물행동학 박사처럼, 그만의 이름으로 불러주지는 않았지만, 복사기를 만지고 다루며,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속까지 열어 보았던 관계인지라, ‘복사기라 명명 되던 그 사물은, 여타의 복사기와는 사뭇, ‘의미가 달랐다.

 

2. ‘그 사물이 옆에 있음으로, 가능해 지는 미래가 있었다. 이런 비유가 적정한지는 모르겠으나, 그 자리에 그가 있음으로, 알게 되는 미래. 인간의 손길과 눈길이 미치는 개입의 윤리가 시간의 온통을 아울러 삶을, ()구성하지만, 그 되어져 감의 여정에 인간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자기 옆의 한 존재가 사라짐으로 알게 되는, 잃어버린 것들의 흔적만큼이나 자명하다. 지척의 이웃이 함께 만들어 가는 자기自己가 있다.

(물론 대개의 경우, 인간이 가장 큰 영향을 주겠지만)


3. 자연 상태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와, 복잡하게 가공되어, 쓰임에 한정限定이 생긴 사물이 돌아가게 될 곳은 어디일까. , 그와 관계 맺었던 탓으로 생긴 책임의 윤리가 작동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맺어진 관계에서, 눈 돌리고, 등 돌리면서 생기는 탁함은, 왜 가라앉아 다시 맑아지지 않는 것일까. 삶의 장면 장면이 분절되어, 마침내, 삶에서 죽음까지 삭제 시킬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내는 이별은, 왜 아름답지 못할까.

 

4. 얼마 전 흙에 묻어준 고양이가 다시 무엇인가로 돌아가고 있듯, 사람의 손길과 눈길이 마지막까지 배웅 한 헤어짐에는여기 남은 것도 없고, 거기에 묻혀 따라가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불어 맺힌 것 없이 맑아질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안녕~.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1 133회 별강 <그대라는 詩> 윤경 2022.07.22 238
220 [一簣爲山(16)-서간문해설]答洪判官林堂君遇書 file 燕泥子 2022.07.11 270
219 132회 별강 <낭독의 공부> 簞彬 2022.07.07 270
218 [一簣爲山(15)-서간문해설]與權章仲 2 file 燕泥子 2022.06.26 379
217 131회 별강_ 이동할 수 있는가 未散 2022.06.25 267
216 (속속 130회 별강) 정서가 자란다 file 는길 2022.06.11 414
215 千散族和談 1. 세월, 1880년 file 肖澹 2022.06.01 263
214 [一簣爲山(14)-서간문해설]與鄭士誠士慎 file 燕泥子 2022.05.29 324
213 essay 澹 5_自得(2)_ 성장 · 성숙 · 성인(2-1) 肖澹 2022.05.28 232
212 [一簣爲山(13)-서간문해설]與金惇敘(2) file 燕泥子 2022.05.16 304
211 별강 실상사의 봄 零度 2022.05.13 257
210 1936년 4월 4일(일),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지린 2022.04.24 315
209 [一簣爲山(12)-서간문해설]與金惇敘 1 file 燕泥子 2022.04.18 271
208 생명의 나무 (1) 1 file 燕泥子 2022.04.14 340
207 essay 澹 4. 自得(1)_물화物化와 인정 1 肖澹 2022.04.14 239
206 [一簣爲山(11)-서간문해설]與牛溪書 2 file 燕泥子 2022.04.05 368
205 네가 연 창문으로 1 실가온 2022.04.04 259
204 125회 별강 <소송하는 여자> 燕泥子 2022.04.01 276
203 횡단보도를 마주하고 file 지린 2022.03.26 218
202 [一簣爲山(10)-서간문해설]寄亨南書 file 燕泥子 2022.03.22 210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6 Next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