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8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일상의 단상들



                                                    회옥 


                                                                          

1. 환상, 허무, 슬픔, 그 너머의 의미


코로나 상황이 나아진 뒤로 시간이 나는 대로 도서관에 가려고 한다자주 가는 신방 도서관 앞에 이용하는 분식집이 있다엄마 손 김밥이라는 곳이다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6천원짜리 백반은 저렴한 편이다그곳에 갈 때마다 벽에 걸린 TV에서 요즘 유행인 듯한 트롯 가요제가 방영되고 있었다홀에 계신 아주머니가 그 프로를 좋아하시는 듯했다어느 날은 노래를 들으시면서 노래가 아니라 예술이다라면서 연신 감동하신 표정으로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신다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고 하신다순간 나는 내가 노래를 들으며 눈물 날 정도로 내 정서가 건드려진 기억이 있나 생각해 보니 별로 없었다누구나 삶에서 소소한 감동과 쾌락 그리고 나름의 의미들을 찾을 것이다대중매체가 삶을 지배해버린 지금의 현실에서 하물며 개인매체가 가능해진 요즘에 각자의 효능감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만능감은 만연해지고 있다.



「매체는 메시지다라는 마샬 맥루한의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아니 메체는 우리 삶을 지배해 버렸다인간이 만든 도구(매체)가 몸의 확장(extension)’ 즉 내가 소유한 물건은 나의 확장이고 자아는 비대해진다」 정희진의 글쓰기 3.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오늘날 문화는 모든 사물에 동일한 도장(stamp)을 찍는다”.  – 테오도어 아도르노-




매체가 장악해버린 우리의 삶은 내 존재를 증명하고 드러내는 방식이 비슷해졌고 점점 더 타자와의 만남이 아닌 자기 동일성의 자장 속으로 들어가는듯하다. 각자 자기 안의 성안에 들어가서 소통의 창구라 여겨지는 창은 오히려 거울이 돼버리고 무엇을 위한 소통인지 알지 못한 채로 가상의 세계에 머문 듯하다.



개인주의 끝 간데 없이 번성한 자리에서 어울림의 공부라는 과거적 미래의 가능성을 끄집어 내고이념의 종말과 역사의 완성을 떠드는 소비자의 세속에서 다시 낡디낡은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는 것,……. 위기 속에서 미래를 뚫어내()는 것…………그것은 사람다운 삶의 결과 무늬(人紋)를 지며리 일구어가려는 노동그러니까당대의 체계와 문화에 온전히 동의할 수 없는 다른 삶을 향한 실천과 상상들이 지녀오고 지켜온 오래된 전통일 뿐입니다. -k선생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 96p –



자본주의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 앞에서 점점 파편화된 개인들은 상처받지 않으려 타인들을 밀어내면서 결국 스스로를 소외시킨다마지막 남은 가족이라는 환상의 공간도 우리의 현실에선 더 이상 온전한 사랑과 희생의 공간이 아닌 듯하다삶의 의미와 가치를 더 이상 고상한 형이상학이 아닌 실재감에서 찾으려 하지만 언제나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아니 잡은 순간 허무하게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지도 모르겠다어머니에게 희망은 내세의 천국이고 남편은 골프와 친구들 가끔씩 가는 해외여행인 듯하고 딸들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친구들과의 수다와 적금을 부어 해외 여행을 꿈꾼다막내 아들은 건물주가 되고 싶어 한다삶에 지친이들은 로또를 꿈꾸기도 한다.

누구나 자신의 삶의 조건과 한계 속에서 꼭 그만큼의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한계와 조건을 넘어서려는 다른 삶을 향한 실천과 상상들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나는 나의 삶을 어떻게 다르게 구성하고 싶고 실천하고 있는가내 주변의 사람들의 삶을 내가 가진 윤리로 함부로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을 것이다다만 나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사람다운 삶의 결과 무늬가 무엇일지 나의 삶에서 그것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돼 물어본다.

 

2.절반의 타협


막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아침마다 학교까지 태워다 주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극성 엄마가 되고 말았다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번째는 게으름 피우다 통학 버스를 늦게 알아봤고 두번째는 이미 우리 시대에는 당연한 것들 (버스를 4번이나 타고 통학하던)이 지금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것물론 결정적인 것은 내가 운전을 하고 차가 있다는 것일 것이다그러나 예전부터 아이들을 가까운 거리인데도 차로 실어 나르는 풍경이 무슨 꼬인 마음인지 영 못마땅했다그런데 지금 내가 그러고 있었다물론 막내 아들의 학교는 요즘 세상의 기준으로 걸어다니기에는 무리라고 말해질 수 있을 것이다그러면서 등교는 해주겠지만 하교는 버스를 타고 내려서 걸어오라 했다다행히 막내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살면서 우리는 어떤 선택들의 지점이 있습니다해야 할지 말아야 할 지, 한다면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는지 고민의 연속들이다.  어떤 행동의 최소 주의를 지향할 것인지할 수 있으나 하지 않음으로써 열리게 되는 것들은 무엇일지반대로 하기는 힘드나 조금 더 함으로써 우린 어떤 성취를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모든 것이 넘치고 편리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심적물적 기반이 갖추어진 21c 자본주의 세속에서 우린 어떤 선택들을 함으로써 이웃을 돕고 생명체의 도리로써 살아갈 수 있을지 여전히 어려운 숙제이다아들의 통학 셔틀 담당을 아침만 하는 것은 사실 제가 매이기 싫은 욕망이 크다그럼에도 그 절반의 타협이 그 아이에게 조금은 부족한결여의 느낌을 가지게 하고 버스 통학과 도보를 통한 다른 감각을 경험하는 시간들이 되기를 바래본다.  여전히 1+1상품에 눈이 커지고 오래되고 교환의 가치가 없는 것에는 눈이 가질 않고 적은 것보단 많은 것이 미덕인 세상에서 흔들리며 걸어가고 있다.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애써 비운 공백을 견디며 그곳에서 생성시킬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기대하며 살아가고자 희망을 가져보고자 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1 길속글속 154회 연강(硏講) <어긋냄의 이야기> 燕泥子 2023.05.27 238
280 153회 속속(2023/05/13) 후기 file 고하(皐霞) 2023.05.26 206
279 낭독적 형식의 삶 *2기 신청마감 file 는길 2023.05.24 313
278 밖은 없다 1 file 지린 2023.05.22 319
277 장독후기(25회) 2023/05/07 1 簞彬 2023.05.18 266
276 길속글속 153회 연강(硏講) _'장소의 가짐'과 돕기의 윤리 未散 2023.05.13 246
275 自省 file 지린 2023.05.08 231
274 ㄱㅈㅇ, 편지글(2) 2 찔레신 2023.05.03 382
273 장독후기(24회) 2023/4/23 簞彬 2023.05.02 197
272 151회 속속(2023/04/15) 후기_“너무 착한 시 아닌가요?” (K선생님) 1 고하(皐霞) 2023.04.28 296
271 ㄱㅈㅇ, 편지글 1 찔레신 2023.04.28 272
» 길속글속 152회 연강(硏講) --- 일상의 단상들 懷玉 2023.04.25 185
269 장독후기(23회) 2023/4/9 簞彬 2023.04.22 189
268 [一簣爲山(21)-서간문해설]答琴聞遠 1 file 燕泥子 2023.04.18 167
267 왜 소개하지 않았을까? (속속 151회 연강글) 는길 2023.04.15 241
266 150회 속속(2023/04/01) 후기_“저 사람을 따라가야 한다.” file 윤경 2023.04.14 248
265 149회 속속(2023/03/18) 후기 file 윤경 2023.04.13 170
264 장독후기(22회) 2023/3/26 1 簞彬 2023.04.08 241
263 장독후기(21회) 2023/3/12 1 簞彬 2023.03.21 274
262 149회 속속 연강글-모든 사진이 '푼크툼'이 되는 순간 윤경 2023.03.18 18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6 Next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