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近以平丘祭鬼事, 口舌不勝紛紜。此事不必用力探究, 但頌 《論語》一句
曰: “子不語怪力亂神。” 語猶不可, 矧身爲之祼將興俯哉? 其姓名三字,
不見於 《麗史·列傳》, 其職名不見於<織官志>, 其事迹不見於野史。
又無斷碑破誌之掘出於本地者, 則擧其官號, 題其姓氏, 亦太虛廓矣。
旣壇旣祭, 當帖然收息, 而書牘問答, 一向不絶, 此不幾於人神雜糅乎?
絶地天通, 政爲今日之急務也。鬼魅之末, 必有菑孼, 如無坐鎭之力, 莫如謹避之爲得。
幸須力勸, 使之不日淸脫如何?
丁若鏞, (1762~1836), 『定本 與猶堂全書』券20, 「與金德叟」
근자에평구(平丘)에서귀신제사하는일로써, 구설(口舌)로어지러움을이겨내지못하고있습니다. 이일은반드시힘써탐구할필요가없으니, 다만《논어論語》한구절을외우면됩니다.가로되:“공자는괴이(怪異)한용력(勇力)과패란(悖亂)과귀신(鬼神)을말하지않았다.” 말함이오히려옳지않습니다, 하물며내림굿을관장하고엎드려절하기를행하기위한신분이라니요?그이름세자(三字)는, 《려사麗史·열전列傳》에서못보았고,<직관지織官志>에서도그직명(職名)을보지못했으며, 그일에대한자취는야사에서도보지못했습니다.또한이땅의것으로출토된잘라놓은비석과파손된기록에도없습니다, 즉그관직이름을들추어, 그성씨를글쓰는것, 역시크게허확(虛廓)합니다. 이미제단을쌓고제사를했으면, 마음편안하고침착하게쉬어야마땅한데, 편지를써서묻고답하기가, 계속해서끊이지않으니, 이것이인간과귀신이한데섞여있는것에가깝지않겠습니까?귀신과통하지말고하늘과통해야하는,바로잡아야하는지금의급하고중대한일입니다. 귀신과도깨비의끝은, 반드시재앙과업보가있으니, 만약앉아서누를힘이없다면, 삼가고피하는것만한것이없습니다. 바라건대모름지기힘써권면하고, 며칠사이에깨끗하게벗어버리게만드는것이어떠합니까?
(정약용, 1762~1836), 『정본 여유당전서 』권20,「김덕수에게주다」
*
지난 62회 시독(時讀) 3교시 漢文講讀시간에 배운 茶山의 글입니다. 다산의 글을 배운다는 기쁨도 컸습니다마는, 짧은 글에서라도 유학자인 다산이 논어의 한 구절(一句), “子不語怪力亂神”을 잡아, 닥친 사안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사유를 전개해 나가고 의견을 제시하는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전거(典據)를 딛고,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스스로의 의견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
“子不語怪力亂神”은 속속에서 배운 바 있는 일구(一句)입니다. 또한 우리는 공자(BC551~BC449)평전을 공부했습니다. BC500년경에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로, 어떤 순간에, 공자가 했다고 전해지는 말이, 문자로 기록되었고, 그 문자를 또 이천 년이 더 지나서 다산이 인용을 하고 있으며, (다산은 그 一句를 어떤 소리로 읽었을까요?) 이천오백 년이 더 지나서, 그 一句를 우리가 공부했습니다. 이 一句, 공자와 다산과 우리는 “子不語怪力亂神”를 다 다르게 소리 내어 읽었겠지만, 우리가 이 一句, “子不語怪力亂神”를 배워서 거기에 담겨 있는 정신을 전해 받게 되었겠지요, 글자에 담아서 전달받을 수밖에 없는 정신을 말입니다. 아득하고 경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