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38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2.jpg


'하염없이 배우고 하염없이 비우면, 내 꼴에 대해서 외롭고 깊게 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문장을, 그리고 '공부'의 일을 신뢰하게 되었다. 이 공부가 나를 이길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첫 문장의 원문이 되는 선생님의 글(블로그)을 찾을 수 없어서, 원문 글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략 기억을 따라 적은 문장이어서, 원문과 조금 다를 수 있어요.

  • ?
    실가온 2021.07.14 11:26
    홍색(紅色)이 거록하여 붉은 기운이 하늘을 뛰노더니, 이랑이 소래를 높이 하여 나를 불러,

    "저기 물 밑을 보라."

    외거늘, 급히 눈을 들어 보니, 물 밑 홍운(紅雲)을 헤앗고 큰 실오리 같은 줄이 붉기 더욱 기이(奇異)하며, 기운이 진홍(眞紅) 같은 것이 차차 나 손바닥 넓이 같은 것이 그믐밤에 보는 숯불 빛 같더라. 차차 나오더니, 그 우흐로 적은 회오리밤 같은 것이 붉기 호박(琥珀) 구슬 같고, 맑고 통랑(通朗)하기는 호박도곤 더 곱더라.

    그 붉은 우흐로 훌훌 움직여 도는데, 처음 났던 붉은 기운이 백지(白紙) 반 장(半張) 넓이만치 반듯이 비치며, 밤 같던 기운이 해 되어 차차 커 가며, 큰 쟁반만 하여 불긋불긋 번듯번듯 뛰놀며, 적색(赤色)이 온 바다에 끼치며, 몬저 붉은 기운이 차차 가새며, 해 흔들며 뛰놀기 더욱 자로 하며, 항 같고 독 같은 것이 좌우(左右)로 뛰놀며, 황홀(恍惚)히 번득여 양목(兩目)이 어즐하며, 붉은 기운이 명랑(明朗)하여 첫 홍색을 헤앗고, 천중(天中)에 쟁반 같은 것이 수렛바퀴 같하야 물 속으로 치밀어 받치듯이 올라붙으며, 항, 독 같은 기운이 스러지고, 처음 붉어
    겉을 비추던 것은 모여 소혀처로 드리워 물 속에 풍덩 빠지는 듯싶으더라. 일색(日色)이 조요(照耀)하며 물결에 붉은 기운이 차차 가새며, 일광(日光)이 청랑(淸朗)하니, 만고천하(萬古天下)에 그런 장관은 대두(對頭)할 데 없을 듯하더라.
    ———————

    조선 영조 때 의유당 김씨라는 여성이 쓴 동명일기입니다.
    고1 국어 교과서에서 가끔 보게 되는 글인데 동해의 일출을 묘사하고 있어요. 해가 떠오르기 전 바다에 비친 기운을 ‘소혀’로, 수평선 위에 조금 떠오른 모습을 손바닥 너비같은 숯불에, 수평선 그 위로 동동 떠오른 모습을 회오리밤, 하늘 위로 치솟은 온전함을 커다란 쟁반으로. 참 세세하게도 관찰을 해서 이렇게 하나의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왜 가능했으며, 관념의 깃발을 꽂느라 안달인 지금, 이제는 지쳐서 그마저도 하지 않고 제 동굴에 갇혀버린 이유가 무엇인지, 저를 둘러싼 불모성에 미끄러지고 있을 뿐입니다.

    ‘하염없다’, ‘하염없다’ ‘하염없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7 75회 속속 file 유주 2020.05.01 198
116 88회 속속 유주 2020.11.12 197
115 봄맞이 대청소2 file 형선 2019.04.01 197
114 '일꾼들의 자리' 1 file 는길 2022.09.06 196
113 <길속글속> 지난 6개월, 책 file 는길 2022.09.12 195
112 2월16일 속속 file 遲麟 2019.02.18 195
111 그 같은 공부의 길을 걸어본 적이 있었습니까? * file 효신 2023.04.06 194
110 속속 50회(2) file 현소자 2019.05.07 194
109 황톳길 file 토우젠 2019.11.06 193
108 藏孰의 봄, 봄 file 형선 2019.03.17 193
107 입식 준비 中 file 희명자 2020.05.03 192
106 被褐懷玉 file 형선 2019.03.11 192
105 141회 속속(2022/11/12) file 윤경 2022.11.14 190
104 수잔의 사진(1)/ 그릇들, 푸른 3 file 찔레신 2023.02.19 189
103 원념을 우회하는 실력 file 冠赫 2020.12.23 189
102 ‘이미 복(福 )을 얻었으므로’(밀양보속 51회) file 는길 2023.04.08 187
101 수잔의 사진(2)/ 차방, 붉은 1 file 찔레신 2023.02.19 187
100 without haste, without rest file 효신 2021.04.14 187
99 牙山 인문지리 탐방 file 형선 2019.08.03 187
98 봄맞이 대청소3 file 형선 2019.04.02 187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