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4.04.12 01:02

NDSL(4) 밤과 말

조회 수 7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말은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말은 의미가 <되는> 것이다.

(ことばは意味たないそれは意味<なる>のである。)

노마히데키野間秀樹, <한글의 탄생ハングルの誕生> 51


*

제가 선생님 강연장에서 "사전을 뒤적이는 죄 없는 시간"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그 말을 몰랐습니다. 모르는 말이었으니 의미가 없었습니다만, 아, "죄 없는 시간"이라니,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말은 제게 깊은 화인(火印)을 남겼습니다. 그 불/말의 흔적은 진실에 근접하는 미적 감수성을 겪은 흔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십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르는 말들을 붙잡고 헤아릴 수 없이 사전을 뒤적거리면서 저는 이 말, "사전을 뒤적이는 죄 없는 시간"을 적확하게 알아가고 있습니다. 우수수한 자득(自得)은 그 말을 들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

사전의 말은 모두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사전의 의미를 슬쩍 밀어내고 자신만의 의미를 실어 말을 사용합니다.  "사전의 의미를 적절하게 떠밀어냄"은, 가히 말의 발화조건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밤이 되어 깊이 잠든 이들은, 사전의 말도 아니고 더이상 자신의 말도 아닌 채로 부유하는 꿈속의 말을 듣거나, 잠 못 이루는 어떤 이들은, 낮에 뜨거웠던 자신의 말이 더이상의 의미를 생성 시키지 못하게 막으면서, 의미를 철회하고 의미를 참회하며, “......a daily conversion made possible in your every life.”(선생님 블로그,<small things like these>), 마침내 개종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말들은 서늘하게 식으면서 사전으로 되돌아갑니다. 마침내 잊힙니다. (849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 고전한문강독(284~293) 찔레신 2020.05.26 106
45 고전한문강독(294~301) 찔레신 2020.06.09 109
44 고전한문강독(302~310) 찔레신 2020.06.23 96
43 고전한문강독(310~319) 찔레신 2020.07.21 131
42 고전한문강독(311~319) (<老子>, <莊子>) 찔레신 2020.07.06 153
41 고전한문강독(320~328) 찔레신 2020.08.06 142
40 고전한문강독(329~335) 찔레신 2020.08.24 168
39 고전한문강독(336-343)(莊子) 찔레신 2020.09.07 188
38 고전한문강독(343~349) (莊子) 찔레신 2020.09.23 159
37 고전한문강독(350~357 ) (莊子/墨子/荀子) 찔레신 2020.10.26 271
36 고전한문강독(맹자-대학/ 171-183) 찔레신 2019.12.16 213
35 고전한문강독(맹자/ 156~170) 찔레신 2019.12.03 209
34 낭영회(6), 인용문(1-10) 찔레신 2019.09.16 547
33 낭영회(7), 인용문(Oliver Sacks, 1-10) 1 file 찔레신 2019.09.24 5118
32 라디오극(1) '예수, 말이 없었다' 1 file 찔레신 2020.02.05 348
31 라디오극(2): '두 노인과 한 젊은이' (1-30) 1 찔레신 2020.02.20 407
30 라디오극(3): 醫山問答 (1-32) 2 file 찔레신 2020.03.31 222
29 마테오 리치의 전교활동과 그의 사상 (1-29) 찔레신 2020.06.14 244
28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 (1-11) 2 찔레신 2021.07.27 396
27 베르그송(1859~1941) (1-6) 찔레신 2021.07.14 28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