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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172회

1. 영원한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여일입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되니 여러 가지 일들이 과제처럼 쌓이게 되고 덩달아 마음도 일상도 쉽게 산만해지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준비하고 마친 후의 과정 속에서 후유증 없이’, 생활을 일매지게 보내고자 하지만 번번이 잡념 속에 매일 때가 많습니다. ‘해야 할 일을 야무지게 잘해야 잡념을 넘어갈 수 있다는 말씀을 다시 기억하며 다시 공부의 기본에 충실히 하고자 합니다. 월요일 낭독모임에서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내 공부의 반려 다섯을 읽고 각자의 공부에서 반려 다섯은 무엇인지 서로 나누고 있습니다. 저는 하나. 선생님, 동학 둘. 적경 셋. 낭독(암송, 적바림) . 산책 다섯. 남모르는 비밀을 공부의 반려로 삼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2. 단보곡필

대개의 진화생물학자들은 정신의 메타적 자기집중 가능성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신은 자란다는 것보다 더 분명한 진화적 사실은 없다.”(k선생님)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기계에 불과하다.”(리처드 도킨스)

 

진화생물학자들은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삶의 의미(목적)는 없다고 합니다. 모든 생물체의 진화과정에서 유전자가 핵심이었지만, 인간이 나타나면서 진화의 주체는 유전자가 아니라 언어(개념)를 가진 정신으로 바뀝니다. 정신이 자란다는 명제는 자명한 사실인 듯 해도 현실의 인간은 절망에 가까워 쉽게 인정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우주는 변하고, 인생은 의견이라 말한 어느 황제의 말처럼 과학적 진리도 하나의 가설에 가깝습니다. 앎에 관해서는 과학이 최전선에 서 있지만 이 거대한 우주와 인간의 정신을 알기에는 여전히 조각난 앎에 불과합니다. 정신은 자란다는 것은 아직은 모른다-모른다-모른다’(k선생님)의 영역입니다. 과학과 철학은 이 영역의 가능성을 겸허하게 탐색하며 길 없는 길’(k선생님)을 어렵사리 걸어 갈 뿐입니다.


3. 교재공부

 카프카<변신>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는 하나의 벌레로 변합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고 당황스러워하지만 이내 출근에 늦을까봐 전전긍긍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출근해야만 하는 주인공은 절박함보다는 반복되는 밥벌이의 버거움에 힘겨워하는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가족들도 처음에는 놀라지만 이내 벌레를 그레고르로 받아들이며 음식을 챙겨줍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레고르는 경제적으로 가족의 구성원이 아닌 방해자로 여겨집니다. 경제적 가치가 가족의 사랑보다 더 중요하고 자본주의적 인간소외가 가족안에서도 벌어집니다. 버림받듯이 그레고르는 쓸쓸히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레고르가 죽은 후, 가족은 무거운 짐으로부터 해방된 듯 따뜻한 볕에 나들이 나갑니다. 장래의 이야기를 희망적으로 주고받는다. 잠자 부부는 딸의 풍만한 자태를 보며 새로운 꿈을 그려봅니다. 잠자 부부가 딸을 아름답게 보는 것은 경제적 희망을 보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초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비극적인 현실로 극대화하며 끝을 맺습니다. 카프카는 노동자재해보험국에서 약15년 근무하며, 20세기 초 독일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직접 보았을 것입니다. 인간의 가치는 경제적 가치로 결정되며 노동력 상실은 벌레(해충) 같은 존재로 인식됩니다.


 한강<채식주의자>

이 책을 접하고 나서 어떤 작고 묵직한 충격과 여운이 길게 남았다.

영혜는 어느 날 꿈을 꾸고 난 후 육식의 폭력성(트라우마)을 자각하고 극단적인 채식을 시작한다. 통념을 벗어난 영혜의 갑작스런 변화는 가장 가까운 남편, 가족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한다. 오히려 영혜를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가족의 노력은 무자비한 폭력으로 치닫는다.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아픈 건 가슴이야. 뭔가가 명치에 걸려있어.”

이 세계는 폭력으로 가득 차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폭력을 만들어내고 소비한다. 작가는 인간의 폭력성을 힘들게 견뎌내며 섬세한 몸의 언어로 풀어낸다.

한강은 맨부커상(2016) 수상소감에서 말한다.

“<채식주의자>를 쓸 때 인간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인간이 되기를 거부하는 여성을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인간존재는 근원적으로 원죄를 가지고 있다. 이 원죄는  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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