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4.10 18:01

다시 기억하며

조회 수 15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그림1.jpg



아이들이 우리 부부 다툰 얘기를 했나 보다. 출산한 동생 문안을 다녀오는데 친정아버지 하시는 말씀.  ‘사람은 서로 잘못하며 살아... 그러니 잘못을 너무 따지지 말아라.’


잘못을 지적해 상한 마음을 풀려는 방식은 대게 어긋났다. 내용을 떠나 지적이라는 말의 형식을 소화하지 못한 탓이다. ‘지적에 취약하니 숙고되지 못한 말을 빌미 삼고 챙겨들어야 할 말도 앞다투어 회피한다. 아팠던 일에 대한 보상이 되받아치는 일로 되지 않던데, 서로의 깜냥 없음을 경쟁하듯 드러내는 세속의 가정. 밀착된 만큼 애써 돌()봐야 하는 대화의 에서 자주 넘어진다.

 

운전하다 말고 사람은 잘못하고 살아라는 말에 숙연해졌다. 승복(承服)의 말로도 들려 아빠의 옆얼굴이 쓸쓸하다. 그의 딸인 내가 잘못이 없을 리 없는데. 내 잘못을 가지고 멀어진 사람들이 있는데, 잊는다. 사람을 잃고 배운 것이 가벼울 수 없지만 자기를 위해 그 무엇도 잊을 수 있는 가벼움도 내 것이었다.


아빠의 낮은 목소리가, 제 잘못은 없는 듯 대상을 지목해 잘못배설하고 있는 나를 감쌌다

엉거주춤 의례를 하듯, 잊었던 과오를 다시 기억해 불쾌한 과거로 한 발을 뻗는다또 잊겠지만, 또다시 시작하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 문제를 지라르의 표현을 좇아 말하자면, '개종(改宗)이라는 이름의 자기 성찰과 변혁을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태도가 된다. 희생양 의식을 '자기 안의 죄와 오염을 투사를 통해 안이하게 청산하는 방식'이라고 했지만, 쉽게 말해 죄인인 자가 스스로 켕겨서 엉뚱한 사람을 박해하는 짓이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그가 말하는 개종은 켕겨서 남을 박해하는 짓을 돌려세우고 스로의 진상과 대면하는 일이다."  (<집중과 영혼>,893쪽)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6 Do not be surprised if they try to minimize what happened/ Abigail Van Buren on Oct 2, 2019 1 찔레신 2019.10.03 146
215 124회 별강 존재에서 느낌으로 ,그리고 앎(지식)으로 懷玉 2022.03.18 146
214 무지와 미지 1 토우젠 2020.05.29 147
213 147회 속속(2023.02.25.) 후기 file 윤경 2023.03.03 147
212 속속 157~159회 교재공부 갈무리] 촘스키-버윅 vs. 크리스티안센-채터, 혹은 구조와 게임 1 유재 2024.03.05 147
211 말로 얻은 길. '몸이 좋은 사람' 올리브 2020.10.16 148
210 빛나는 오늘 실가온 2021.04.16 148
209 별강 아름다움에 관하여 零度 2022.12.09 148
208 150회 속속(2023/04/01) 후기_“저 사람을 따라가야 한다.” file 윤경 2023.04.14 148
207 踏筆不二(22) 빛 1 지린 2020.10.27 151
206 [一簣爲山(06)-서간문해설]與盧玊溪 file 燕泥子 2021.07.21 151
205 서평, <적은 생활...>/ '소나기' 찔레신 2023.02.22 151
204 行知(4) 여성 희명자 2020.05.22 153
203 行知(13) 말로 짓는 집 1 희명자 2020.10.03 153
202 茶房淡素 (차방담소)-7 file 효신 2021.04.18 153
201 왜 소개하지 않았을까? (속속 151회 연강글) 는길 2023.04.15 153
» 다시 기억하며 file 형선 2019.04.10 154
199 어느 잃어버린 장소의 복원 해완 2022.02.03 154
198 122회 별강 < 마음은 바뀐다> 1 지린 2022.02.18 155
197 금요일 아침, 알면서 모른 체 하기에 대한 단상 실가온 2022.12.30 155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