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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일 토요일, 인사동에서 <장(숙)강>이 열렸습니다.
<장(숙)강>은 <대안 인문학 학교, 장숙>에서 주관하는 서울 강연입니다. 5주에 한 번씩 열리며, 매번 그 주제를 달리합니다. 강연집(『조각난 지혜로 세상을 마주하다』,글항아리)이 이미 출간되기도 했지요. 그동안 조금씩 형식과 장소를 변화하여, 44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이번 회부터 '인사동' <인사라운지>에서 강연이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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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이 거듭되며,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숙인으로 함께 공부했거나, 선생님의 독자로 만난 이들, 인문적 관심으로 우연하게 인연이 닿은 이 등등. 선생님의 글로써(以文會友) 느슨하게 생겨나는 연대와 대화가 있지요.
대구, 세종, 천안, 아산, 안양 등 각지에서 모인 30여 명의 이들이 진지하고 활발하게 어울려 공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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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의 주제는 [개념으로 길을 열고, 시(詩)로써 누리다] 였습니다.
아래의 개념들이 재-서술 되었어요.
- 다시, 시작한다
- 몸을 끄-을-고, 혹은 근본실용주의
- 알면서 모른 체하기
- 시(詩)의 강(江)
- 현복지, 혹은 공동의 노동
- 개입
- 조각난 지혜
'바라볼 얼굴'들이 있어 누군가는 희망이라 했지만, 인문학을 공부하는 우리는 말(言)로 좁아지고 낮아질 뿐이니, (반복되는) 말을 멈춰 세우고 재고하고 탈각시키게 하는 타자의 언어가 희망이 되기도 합니다. <장강>이 계속되어서, '하고 싶은 말'을 멈추고 침묵속에 타자의 말을 향하여 걷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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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의 특별한 형식으로, 참석자들의 '(영원한) 자기 소개'가 있지요. 이동하고 있는 자신을 포착하여 누구(孰)라고 말하며, 그렇게 언어적 실천으로 자신의 존재를 세워갑니다. 숙인 조ㅇㄴ씨의 자기소개글을 청하여, 일부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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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2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오늘 강연과 관련되고, 또 하나는 장숙의 공부가 저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오늘 강연의 제목이 '개념으로 길을 열고 시(詩)로써 누리다’인데요. 제가 배움이 짧아서인지, 아니면 개념이나 시란 단어에 대한 이해가 다른 건지는 몰라도 선생님의 개념은 한 번도 저에게 개념으로 다가온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선생님께서 다른 철학자의 개념을 설명하실 때에도 저에게는 시처럼 느껴졌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하는 공부는 언제나 몸과 마음이 하나고, 사람과 장소가 하나이며, 생활과 공부가 하나인 것처럼 개념과 시는 저에게 따로 있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로 장숙의 공부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한 달에 두 번 서울역에서 천안행 기차를 타고 장숙으로 떠납니다. 편안한 산책을 즐기러 가는 것처럼. 그리고 아름다운 대사들이 오가는 연극에 참여하러 가는 것처럼. 2주 또는 3주 동안 흩어지고 버성겼던 제 몸과, 누군가를 오염시키고 누군가에게 오염되어진 저의 말을 가지고 다시 또 시작하기 위해 저는 이 연극에 기꺼이 참여합니다.
연극 속에서 선생님은 깊고 고요한 눈빛으로 스스로의 삶에서 건져 올린 정제되고 힘 있는 언어를 나눠주십니다. 장숙의 연극 속에서 주인공은 없습니다. 동학 한 명 한 명이 장소이고, 그 장소는 각자 다르게 특별한 시선과 말을 나눕니다. 그 시선은 나를 비껴가는 것 같지만 나를 향해 있고, 오고 가는 말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습니다. 공중의 침묵마저 언어가 됩니다. 동학들의 고운 시선과 말은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게 하며 제가 반발자국이라도 이동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매사에 조심조심', '오해를 견뎌보는 것', '모른다-모른다-모른다', '듣다가 죽어버려라' 등등. 선생님께 배운 여러 삶의 기술 중 제가 생활로 끌어들여 특별하게 진중하게 하고 있는 것 2가지는, 낭송과 적경입니다.
적경과 낭송 시간은 저의 소소하면서도 그윽한 행복의 한 부분입니다. 이 시간은 힘을 빼서 힘을 얻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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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부터 강연장 한쪽에 <언시>가 운영되었어요. 참석자 누구나 사물을 내놓을 수 있고 구입이 가능한, 작은 시장입니다.
* 이 모든 사진은 참석자 김ㅎㅈ 씨가 찍어 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다음 장강일은 5월 24일(토) 입니다.
*** 강연과 관련하여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문의해 주세요. 는길 010-9427-2625 단빈 010-7150-5441 유재 010-8454-6563
동학들에게,
강연을 통하여 얻은 공부의 한 자락을 댓글로 보충해 주십사 청하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