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인一味
이젠 저 먼 나라로 간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 兪曲園의 顔面問答.
어느 날 얼굴 마당에서 한바탕 언쟁이 벌어졌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서로 자기야 말로
얼굴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눈은 보는 것을, 코는 냄새 맡는 것을, 입은 먹는 것을, 귀는 듣는 것을 앞세우며
만약 자기가 없었더라면 벌써 어찌어찌 됐을 거라고....
이때 말 한 마디 없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눈썹'.
누군가가 그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하느냐'고. 그러자 한참을 머뭇거리다 대답하길,
"그냥 여기 있었어."
내가 요즈음 우리집 안에서 눈썹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하기사 '아버지'인 '나'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보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넘치니...
삼가 동학 연이정 부친의 명복을 빈다. 別有天地非人間인 그곳에서 편히 쉬시라고...
= 李 白, 山中問答
問余何意栖碧山 (문여하의서벽산) 내게 왜 산에 사느냐고 묻는다면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빙그레 웃을 뿐 대답 못해도 마음 더욱 넉넉하네
桃花流水杳然去 (도화류수묘연거) 복사꽃 물에 떠 아득히 흘러가니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인간세상 벗어난 또 다른 세계라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