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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7 10:41

사니와 메지 (11/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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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돕는 이를 일러 상인(上人)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은 우선 공사간의 준별이 의연해서 그 의욕의 충실함이 든직합니다. 좋아한다고 갖은 괘사를 부리면서도 정작 도울 수 있는 실력이나 의욕이 없는 이가 곧 하인(下人)입니다. 하인은 무엇보다도 제가 하는 짓의 '형식'에 깜깜합니다. 하인을 알아챌 수 있는 방식은 여럿이고 쉽습니다. 그는 사적으로는 욕망에 대상에게 단물같지만, 여럿이 함께 있을 때에는 때론 야차(叉)를 방불케 합니다. 하인의 사적 쾌락과 공적 무능력 사이의 어긋난 관계를 살피자면 차라리 사드(Donatien Alphonse François de Sade)와 칸트 간의 내적 일치를 부러워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쾌락 속에서 자신의 무능력을 영영 알아채지 못하는 것, 바로 이것이 하인의 본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