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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일리아스_돌론의 정탐편

 

'그는 전우들이 헥토르의 취소 명령을 듣고 자기를 되돌리려고 트로이아인들 사이에서 다가오는 줄로 알았다. 그러나 그들이 투창 한 바탕 거리만큼, 또는 더 적게 떨어졌을 때 그는 그들이 적군임을 알고 날랜 무릎을 움직여 달아나기 시작했고, 그들도 급히 추격했다.'(「일리아스」돌론의 정탐 303)

 

어두운 밤을 틈타 아카이오이족을  정탐하러 가던  돌론은 자신을 뒤쫓는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춘다.  헥토르가 정탐명령을 취소하고

자기를 되돌리려는 줄로 착각한 것이다. ' 펠레우스의 아들을 태우고 다니는 말들과 청동으로 장식된 그의 전차'를 정탐에 성공하고 받게 될 보수로 지목하고 떠난 돌론의 최후는 아카이오이족의 영웅 디오메데스와 오뒷세우스에게 '사지가 풀려 하데스의 집'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전차와 말은 디오메데스가 '잠의 선물'을 받은 트로이아 전사들을 죽이고 전리품으로 취해 간다. 돌론은 왜 그 순간 자신을 뒤쫓는 자가 적군이 아닌 아군이라고 단정했을까? 치열한 전쟁 중 밤을 틈타 적의 진영에 정탐을 하러 가는 그 긴장된 순간에 말이다. 그 때 이미 돌론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었을 것이다.  바람과 의도가 섞인 내부의 음성을 사실로 믿을 때 뒤쫓던 운명이 앞서 나가 미래를 저당잡듯이 말이다. 사실 돌론의 운명은  헥토르가 돌론이 지목한 성공의 보수를 돌론에게 주겠다고 '허튼 맹세까지 하며 그자를 부추겼'을 때 부터 이미 정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허튼 약속이 가져다 주는 미래가 허튼 것일수 밖에 없듯이 그의 숨 또한 허튼 것이 되어 버렸다.

 

' "말 임자는 용감한 디오메데스가 죽였소. 디오메데스는 또 그 옆에서 가장 용감한 그의 전우를 모두 열두 명이나 죽였소. 그리고 열세 번째로 우리는 함선들 가까이에서 정탐꾼을 죽였는데, 그는 헥토르와 그 밖의 다른 당당한 트로이아인들이 우리 진영을 정탐해오도록 내보낸 첩자였소.(오뒤세우스)"......그리고 바다의 물결이 그들의 살갗에서 흠뻑 젖은 땀을 씻어내 마음이 다시 상쾌해 졌을 때 그들은 반들반들 닦은 욕조에 들어가 목욕을 했다. 목욕이 끝나자 두 사람은 올리브유를 몸에 바르고 식사하려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들은 가득 찬 희석용 동이에서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를 퍼내어 아테나에게 부어올렸다.'(「일리아스」돌론의 정탐 311)

 

'잠의 선물'을 받고 잠든 트라케의 전사들을 도륙한 디오메데스와 오뒷세우스는 아카이오이족의 함선으로 돌아와 자신들이 트로이아진영으로 정탐가서 한 일들을 말한다. 그들은 용감한 트라케 전사 12명을 죽였고, 정탐꾼 돌론을 죽였으며, '돌론의 피 묻은 전리품'을 가져왔다. 이렇게 아카이오이족에게 기쁨을 가져다 준 후 바다 물결에 땀을 씻어내 마음을 다시 상쾌하게 만든 그들은 '반들반들 닦은 욕조에 들어가 목욕'을 한다. 그리고 식사를 하고 신에게 헌주한다. 두 영웅은 그렇게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피 묻은 영웅으로 인해 착한 영웅에 대한 표상을 더 이상 유지 할수 없었고  어느즈음에서 선을 긋고 재단해야할지 가늠되지 않던 도덕은 길을 잃고 흩어져 버렸다. 그것은 그동안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옳음과 그름이 벙어리가 되어, 생生을 이어나가는 인간만이 그곳에 있음을 알게해주는 어떤 해체에 관한 무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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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실 2019.10.17 22:18

    낭독일리아스는
    매주 목요일 1시
    회명재에서 열리는
    낭독 모임입니다.

     

    낭독후의 단상을

    이어 연재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