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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7 09:19

시독4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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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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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지난 13일 시독 때 잠깐 쉬는 시간에 찍은 것이다. 상 위에 놓여 있는 초록색 색연필 자국이 있는 종이는 시독시간에 배우는 서간문(書簡文) 복사본이다. 아래와 같은 편지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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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年阻拜尙切景慕不意忽捧手字如聆雅言慰仰不自已昱以無狀不能揣分强顔從仕福過災生季兒病死纔月餘舍兄繼逝慘慟之極又値倭變奔走戎馬間自靈巖移赴他鎭途中輒發舊疾顚倒馳還于家苟保殘質添辱    朝命甚矣何以自贖來伏龍門田舍僅僅度日旣賜存問又求鄙作深荷雅意之辱也頃於在京時再往宿李孝先江亭乘秋晩約偕訪高居各緣事故未遂下誠恨如之何又期以明春未知人事意如意否也四言二首重違書呈仰希一笑餘祝保重萬安謹拜以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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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세월소식이막혀있어항상절절하게경모(景慕)하고있었사온데뜻밖에갑자기손수적어주신편지를받았사오니아름다운음성을듣는것처럼우러러위로되는마음그칠수가없사옵니다모양없이못난저는분수를헤아리지못하여철면피로종사에임하다가복이넘쳐재(災)가생긴듯막내아들이병으로죽고겨우한달여(餘)에친형이연이어돌아가셨으니참통한마음극에달합니다또왜변을당해분주하게달아나는전쟁중에영암으로부터타진으로부임받아이동하는도중에갑자기옛병이도져거꾸러져말을타고집으로돌아와구차한병든몸을보전하니      과조정의명(朝命)욕되게한바깊으니어떻게자속(自贖)해야할지요용문집에서업드려근근이세월을보내고있습니다이미내려주신안부를묻는문안(存問)과비루한저의작품을구하시는아름다운뜻을마음속깊이짊어지고있습니다서울에있을때에다시이효선의강변정자에하룻밤머물면서늦가을을타서함께당신의집을방문하자고약속하였으나각각의일로인해서이루지못했으니저의정성의한스러움이어떠하겠습니까또내년봄을기약하지만사람일이마침내뜻대로될지아니될지를알지못합니다사언이수(四言二首)는당신말씀을어기는것이어려워써서올립니다우러러바라기를한번웃어주세요나머지는몸보중과만안(萬安)을축원하며삼가절하며답장을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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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편지는 띄어쓰기와 마침표가 없다. 유일하게 띄어 쓴 곳은 피할 수 없이, 임금님을 말해야 하는 지점이다. 선비들은 임금님을 적지 않고 빈 곳으로 남겨둔 채 띄어 쓴다. 무어라 부를 수도 적을 수도 없는 자신들의 [왕]에 대한 그들의 삼가는 마음이나 절도를, 이들의 편지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다. 선비들의 편지는 그 편지를 받는 상대방과 편지를 쓰는 사람의 관계를 분명하게, 안(내면)과 밖(쓰는 형식)에서 이미 배치된 상태에서 쓰는 것이었다. 가장 내밀한 마음을 드러내는 편지임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를, 칼도 아니고 붓인데도, 위반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받는 대상이 분명한 편지를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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